매거진

여름으로 가는 길

6월, 서울창포원

by 빛샘

시간이 흘러 6월이 되었다. 몸은 여전히 게을러서 이제 4월은 되었겠다 싶었는데, 달력을 보니 벌써 눈부신 빛과 우울한 비 내리는 날이 계속되는 여름이 왔더라.


벚꽃 시즌 때보다는 다소 덜하지만, 이맘때도 정원은 사람들로 가득이다. 장미가 피는 시점이기도 하고, 꽃들이 점점 화려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조금 더 지나면 장마철이니 태풍이니 집중호우니 해서 꽃을 볼 시기가 적어지기도 하고.


햇빛이 너무나도 따갑던 날, 잠깐의 틈을 이용해 사진을 찍으러 나왔다. 국립수목원을 가려다가, 시간 상 너무 멀어서 근처에 다른 정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도봉산 근처에 서울창포원이 있었는데, 여기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지하철 역 바로 앞에 있길래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입구 근처의 매우 작은 구역에 양귀비들이 모두 몰려 있었다. 몇 송이 안 되는 꽃이었는데, 문득 올해 양귀비는 고양꽃박람회와 여기서 다 봤구나 싶었다.





창포원이라더니 역시나 아이리스 꽃들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다양한 색의 꽃들이 있었는데, 색이나 형태에 따라 붓꽃 또는 꽃창포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았다. 꽃들은 연못이나 습지 근처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망원마크로를 가져간 덕에 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수많은 꽃들 사이를 거닐며 한 송이씩 담을 만한 것들을 골랐다.





꽃이 참 신기하게 생겼다.

마치 세 송이가 뭉쳐 피는 듯 세 방향으로 피어나는데, 마치 얼굴이 세 개 있는 느낌이다. 꽃술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서양란처럼 화려한 무늬가 있다. 모양을 잘 잡으면 꽃 느낌보다는 투구나 중세풍 드레스 느낌이 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위쪽으로 담을 생각을 잘 못했던 것 같다. 꽃 위치도 렌즈 화각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로 담기에는 영 별로였다.





간간히 달려드는 벌을 피해가며 밑을 내려다보니 토끼풀꽃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이제야 이 꽃들이 보이는 시기가 되었다.





비비추는 아직 꽃대까지 올라오진 않았다. 6월 말이면 비비추와 맥문동이 온 사방을 뒤덮고 있을 것이다. 버스정류장과 주민센터 근처에도.





아이리스 꽃들이 몰려 있던 구역을 빠져나와, 반대쪽으로 이동했다. 여기는 넓은 꽃 천지더라. 세 가지 색깔의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꽃이 커다랗지만 꽃대는 가늘고 잎은 넓어서 약한 바람에도 쉽게 흔들린다. 대부분의 사진은 최소초점거리 근처에서 찍기보다는 약간 떨어져서 찍었다.





이제는 나무가 보케를 만들어주고, 햇빛이 타오르는 여름이다.





날이 너무 더워서 중간중간 나무 그늘 아래서 쉬었다 가기를 반복했다. 아직 7~8월 수준으로 공기가 습하진 않아서, 그늘에서 잠시 쉬면 다시 뜨거운 햇빛도 견딜 수는 있다. 렌즈 경통이 뜨거워지고, 얼굴이 따끔거릴 때쯤 정원을 빠져나왔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에서 피는 꽃들은 이제 거의 대부분 저물어간다.





날이 너무 더워서 사진에 그렇게 깊은 고민을 쏟아내기는 조금 힘들었다. 한 송이씩 돌아가며 보다가 재빨리 찍고 그늘로 숨고를 반복했다. 간간히 바람이 불어서 땀이 비 오듯 흐르진 않았지만, 바람 때문에 꽃이 흔들려 담기가 힘들었다. 날도 더워 죽겠는데 가만히 좀 있지를 않고.


이제 빛도 완전히 여름이고, 조금 있으면 사진에서도 습하고 답답함이 느껴질 것이다. 흔히 보던 꽃들은 모두 저물겠지만, 올해 여름은 작년과는 다른 매력을 찾아낼 수 있기를.


아직까진 쉬다가 모기한테 물리진 않았다. 이제 슬슬 모기기피제를 챙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w_ A7R2, Sigma 180mm F2.8 APO macro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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