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샘 Feb 27. 2017

빛나는 겨울 온실

2월,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작년에는 내가 자주 가는 정원에서 계절에 따른 변화를 느끼는 데 노력했다면, 올해는 새롭고 다양한 정원들을 찾아가 보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여행까진 아니더라도, 내가 자주 가는 곳들 외에 다른 아름다운 정원이 많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멀리 가봐야 포천/오산/춘천 직전 정도까지가 하루 동안 움직일 수 있는 한계였는데, 그걸 깨보고 좀 더 멀리 가보기로 했다. 



예전에 어떤 분께서 도로공사수목원이 괜찮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잊지 않고 있다가 기회가 생겨서 내려갔다. 








입구 바로 근처에 온실이 있었다. 온실은 두 동 있었는데, 규모는 작은 편이었지만 내부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온실 입구 근처에는 매달린 것들이 높은 곳에서 빛을 가리고 있었다. 





온실이 입구 근처에 있으니, 시작부터 180마를 꺼내 들었다. 

방금 관리받은 식물들 위에는 물방울이 맺혀 빛을 내고 있었다. 





이날 빛은 정말 놀랍도록 좋았다. 최근 들어 촬영했던 날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날씨도 맑고, 빛은 온실 내부에서 다소 약해져 과노출도 없었다. 핸드헬드로 오랜만에 마크로촬영에서 조리개를 11까지 조였다. 





높은 나무와 덩굴에는 반짝이는 꽃이 피었고, 





가장 작은 꽃들도 반짝이고 있었다. 








온실을 서너 바퀴 돌며 마크로촬영을 하다가, 빛이 너무 좋아서 내 눈에 보이는 광경을 조금 더 멀리서 담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보다 나왔다. 








수목원이 전주나들목 근처에 있다. 나들목을 빠져나온 지 한 5분도 안된 것 같은데 바로 수목원 입구더라. 이곳은 다른 정원과 달리 입장료는 없고, 대신 설문조사 비슷한 걸 해야 했다.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버스가 딱 한 대 오는 것 같고 장소 자체가 시내에서 떨어져 있더라. 내가 만약 전주에 살았어도 자주 오기엔 힘든 곳이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수목원은 삼각대 같은 촬영 보조장비를 가져오지 못하게 한다. 일각대도 안된다. 다들 마구 들고 가서 식물들 자라는 곳에다 꼽아대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보조장비를 못쓰니 사람 팔뚝만한 180마를 핸드헬드로 다뤄야 하는데, 바디도 렌즈도 다 손떨방이 있지만 1/500초에서도 흔들리거나 초점을 제대로 못 맞추기 일쑤다. 피스톨그립도 써봤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고, 이날은 모노포드에 쓰는 견착용 지지대를 가져가 봤는데 이건 또 세로사진 찍을 때가 불편했다. 결국 팔과 허벅지에 근육을 늘려야 하나 싶기도. 



아직은 추운 계절이다. 

갈색 겨울빛 정원에는 말라버린 수국이 남아있고, 겨울에도 푸른 나무 말고는 황량한 풍경이지만, 바닥에는 잔디가 돋아나고 있었다. 일기예보도 옷 유행도 다들 봄을 가리키고 슬슬 음악 서비스 인기순위 목록에 올해치 벚꽃연금이 등장하는 시기가 와도 정원 대부분은 여전히 갈색이 뒤덮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눈을 떠보면 이 풍경이 나무 꼭대기에서부터 땅바닥까지 갑작스럽게 변할 날이 올 것이다. 


올해도 그날이 기다려진다.






w_ A7R2, Sigma 180mm F2.8 APO macro + Loxia 2/35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_


매거진의 이전글 장미가 떠나면 가을이 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