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king up to reality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URL을 담아 이직을 희망하는 여러 회사에 지원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어느 곳에서도 회신이 오지 않았다. 헤드헌터를 통해 몇몇 회사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대부분 프리랜서로 6개월 계약직 일자리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대기업 온라인 지원 프로세스는 단순히 데이터 수집을 위한 것이고, 실제 채용 프로세스는 기존 임직원의 추천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본 헤드헌터들은 입을 모아 나 같은 경력자는 드물다며, 여러 회사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나는 그들의 미국식 과한 칭찬을 그대로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아무도 연락하지 않았고, 누구도 나에게 함께 일하자고 달려들지 않았다. 대기업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잡 마켓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매우)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2월이 지나 3월이 되었지만, 내가 지원한 직무에 대한 회신은 여전히 없었다. 초조해진 나는 이전 직장 동료가 소개해준 새로운 헤드헌터를 만나기 위해 맨해튼으로 나갔다. 다른 헤드헌터들과 마찬가지로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설명했을 때, 그는 조용히 내 눈을 응시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Thanks for your presentation, Lumen. It looks good—” 그리고는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Don’t take this wrong, but I must tell you this. Regarding getting a full-time job, your chance seems to be very slim in this current market. I am sorry to tell you this. However, I think you might have a better chance to get a shot through LinkedIn, not a headhunter.”
LinkedIn은 개인과 기업이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네트워킹 플랫폼이다. 디지털 이력서와 네트워킹 도구로서, 사용자들이 자신의 경력, 기술, 교육,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
헤드헌터의 충고를 마음에 새기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LinkedIn 계정을 만들고 디지털 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력서가 완성되자,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알고 있는 직장 동료들에게 1촌을 신청했고, 이직을 희망하는 회사에 근무 중인 HR 담당자나 관련 담당자에게도 예의를 갖춰 1촌을 신청했다. 한 달 동안 내 1촌 네트워크는 100명을 넘어섰고, LinkedIn을 통해 잡 마켓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때때로 인터뷰 요청에 대한 피드백(비록 자리가 없다는 내용이긴 했지만)을 메신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력서부터 인터뷰까지, 잡을 찾아가는 모든 프로세스가 디지털로 전환되어 있었고, 이를 얼마나 빠르고 능숙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Job을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3월이 지나 4월이 되었다. 그날도 책상에 앉아 비어있는 이메일함을 확인하던 중, 갑자기 숨을 쉬기 어려워지며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