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P 이야기 4. 친구는 많지만 외롭다

가볍게 시작한 관계들이 깊어지지 않는 이유

by 루미아


너는 사람 복이 진짜 많은 것 같아.”
많이 듣는 말이다.
어딜 가든 잘 어울리고, 낯선 사람과도 금세 웃으며 이야기한다.
연락처도 많고, 단톡방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말 힘든 날, 전화할 사람이 없을 때가 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금방 다가가고, 쉽게 친해진다.
누구랑도 금세 웃고 떠들 수 있다.
그런데

깊은 관계로 이어지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그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

사람들은 말한다.
“넌 좀 무심해.”
그 말, 듣고 나면 마음 한편이 쿡 찔린다.
그게 무심한 게 아니라,
나는 그냥 깊은 관계란

‘매일 연락하고 자주 만나야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쪽이기 때문이다.

언제 봐도 편하고,
오랜만에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고,
연락이 없어도 서로의 자리를 믿을 수 있는,
그런 관계.

“언제든 옆에 있어주기를.”
“지금 나에게 집중해 주기를.”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기를.”

그건 잘 알지만,
그게 어느새 ‘의무’ 되어버리면 진이 빠진다.
억지로 이어지는 관계가 진짜일까?
그런 생각에 멈칫하고,
그 사이에 관계는 조금씩 멀어진다.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데,
오히려 누구보다 좋아하고, 관심도 많은데,
다만 그 관심을 깊게 오래 유지하려면
내 안에 충분한 여유가 있어야 뿐.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과
사람 곁에 잘 머문다는 건,
때때로 아주 다른 이야기다




ENTP의 속마음 메모 #4


ENTP는 사람을 좋아한다.
쉽게 다가가고 금방 친해지지만,
깊이 오래 머무는 데에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무심한 게 아니라, 방식이 다를 뿐이다.





루미아의 쇼츠에세이1.구겨져도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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