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져도 꽃이다.32화

결국 나는 또 웃는다.

by 루미아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연애, 임신, 결혼, 출산,
이민, 암 진단, 복직, 육아, 대학원…
그 모든 순간마다
“이번엔 좀 무리였나?”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늘 다시 웃게 됐다.

그 웃음은
처음엔 생존이었다.
억지로라도 웃어야 살 것 같았고,
안 웃으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웃음이 ‘버티기’가 아니라
‘회복’의 신호가 되었다.

아이들 때문에,
남편 덕분에,
일하면서 받은 사소한 위로 덕분에
문득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직 괜찮다.
나는 다시 괜찮아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시간을 지나
나는 다시
진짜로 웃는다.

아무 이유 없이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는 아이의 자랑에.
남편이 편의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인절미 과자를 사 왔다는 이유로.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하다.

웃을 일이 특별하지 않아도
내가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계획한 삶은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결혼을 했고,
어쩌다 보니
세 아이를 낳았고,
어쩌다 보니
중동에서 아이를 키우고,
또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일하고, 공부하고, 살아왔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완벽한 그림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 삶이 너무 내 삶 같다.
많이 찌그러졌고,
제멋대로 그려졌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간다.


20대,
가장 파릇파릇하고 예뻤던 얼굴은
이제 거울 속 어디에도 없다.
어느새
어린 시절, 그저 엄마로만 보였던
나의 엄마 같은 사람이
거울 속에 서 있다.

그런데도, 아니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참 좋다.





결국 나는 웃는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