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P 이야기 10. 다 괜찮은 척의 기술

Entp는 자기 방어를 웃음으로 한다.

by 루미아


학교 다닐 때였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혼난 적이 있다.
대단한 잘못은 아니었는데,
운이 없었달까, 유난히 그날은 내 차례였다.
혼이 나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괜히 교실 전체의 시선이 느껴졌다.

자리에 앉는 순간,
주변 친구들이 나를 슬쩍 바라봤다.
말은 안 하지만
걱정이 담겨 있었다.
눈이 마주치는 친구들에게 한 번씩 웃어줬다.


친구들은,

"넌 웃음이 나와?"

나는 잠깐 멍해졌다.
나는 정말 괜찮아서 웃은 걸까?
아니면, 그냥 괜찮은 척이 필요해서 웃은 걸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왜 내가 속상해하고 있다는 걸
굳이 밖으로 보여줘야 하지?

내 감정은
내 안에서 내가 처리하면 되는 거지.
그걸 굳이 다른 사람에게 꺼내
‘나 지금 힘들어’라고 말하면
그들까지 불편하고 속상할 텐데,
그게 뭐가 좋아지는 걸까?


ENTP는
강해 보인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문제가 생겨도 해결부터 하려 하고,
감정보다 논리를 먼저 꺼낸다.
그러니까 감정이 상해도
먼저 하는 건 울음이 아니라 대책.
그리고, 아주 자주… 웃음이다.

그 웃음은 진짜 웃긴 게 아니고,
그냥 ‘괜찮은 척’이다.
이 상황을 빨리 넘기기 위해,
상대가 더 불편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내 상처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기 위해.


나중에야 그 친구들의 말이
조금 이해됐다.
웃음이 나와?”라는 말은,
사실 “괜찮지 않아도 돼”라는 말이었다는 걸.
그렇지만
괜찮은 척이라도 해야

녹록지 않은 세상
버틸 수 있지 않을까?




ENTP 속마음 #10

ENTP는 아플 때 웃는다.
약해서가 아니라,
그게 자기만의 방어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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