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함께하는 이유
서하는 집에 있고 싶었다.
주말이면 딱 이틀.
일하지 않는 날.
그날만큼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고요한 집 안에서 아이와 하루를 붙잡고 싶었다.
강재는 나가고 싶었다.
매일 같은 벽, 같은 풍경, 같은 방.
고은이에게도 바깥의 공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아마 자신이 더 필요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애랑 놀이터라도 가자.”
“난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데.”
서하는 낮게 말했다.
강재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조금 더 다정한 톤으로 말했다.
“고은이도 엄마랑 나가고 싶을걸.
주말에만 같이 있으니까.”
서하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같이 집에 있고 싶다고.”
둘은 아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욕구를 ‘배려’로 포장했다.
서하는 쉬고 싶었고,
강재는 움직이고 싶었다.
둘 다 맞는 말이었고,
둘 다 자기 말이었다.
“고은아, 오늘은 뭐 하고 싶어?”
“그냥… 아빠랑도 있고, 엄마랑도 있고 싶어.”
고은이는 정직하게 말했고,
그 말에 둘 다 웃고 말았다.
상황을 꿰뚫는 아이의 문장이
모든 대답이 되었다.
결국,
강재는 고은이와 나갔고,
서하는 창문을 열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서로가 진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은
강요하지 않게 되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그건 어느 날 조용히 합의된 듯했다.
이 세상은
하고 싶은 것만 다 하며
살 수 없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그러니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마저
세상의 굴레를 대신 씌우는 일은 하지 말자고
서로 조용히 물러난 것이다.
우리는 가장 행복한 길을 택했지만,
그 위에는
각자의 희생이 베이스처럼 깔려 있었다.
그 희생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가는 사람의 외로움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거나 고개를 들거나,
어느 쪽이든 혼자 결정해야 했던 고독이었다.
서하는 그 고독을
강재가 조금 더 많이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 입에 맴도는 작은 투정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밖에서는 이상하다 하고,
집에서는 고마워해야 하고,
가끔은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한다.
그 모든 무게를 견디는 사람을
서하는 매일 안으로 껴안는다.
말하지 않아도
고개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그날의 감정이 정리되는 저녁들.
결국,
우리는 버틴다.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의 짐을 조금씩 나눠 들며.
조용히, 아주 조용히
하루를 더 밀고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