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빼고 발차기

by 박루민

사람은 누구나 오르고 싶어 한다. 신입에서 임원으로, 언젠가는 사장의 자리까지. 하지만 오르기만 하는 삶은 결국 지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올라가는 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내려놓는 법이다. 승진을 꿈꾸며 사다리를 오르는 기술이 필요하다면, 오래 버티기 위해 힘을 빼고 흘려보내는 기술도 배워야 한다. 올라가는 것은 성취의 뇌과학이고, 내려놓는 것은 회복의 뇌과학이다. 결국 두 가지가 어우러질 때, 우리는 더 높이 오르면서도 더 멀리 갈 수 있다.


나는 서울대 공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때는 양자역학을 공부하며 해외 대학원 진학을 꿈꾸었다. 서른이 되기 전까지도 언젠가 노벨상을 받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 부족한 노력,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기 두려운 마음 때문에 그 길을 멈추었다. 대신 삼성전자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1년간 작은 프로젝트들을 맡으며 회사에 적응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정해진 루틴 속 부품처럼 느껴졌고, 큰 동기부여는 사라졌다. ‘결국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만족하는 삼무원(삼성 직원 +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 걸까?’라며 흔들리던 순간, 문득 면접장에서 들었던 한 질문이 떠올랐다.

“회사에서의 꿈이 무엇인가?”
그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이 회사의 사장이 되겠습니다.”

그 대답을 한동안 잊고 살았지만, 입사 1주년이 된 지금, 나는 다시 새로운 꿈을 꾼다. 언젠가 이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오르고자 하는 길이다.


한편 나는 몸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활동을 주저하지 않는다. 못하더라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태권도, 승마, 수영을 배우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마다 듣는 말은 늘 같다. “힘 빼세요.” 그러나 나에게 힘을 빼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 뻣뻣하게 고장난 기계처럼 움직이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어색하다. 어디에 힘을 줘야 할지 몰라 불필요한 곳까지 긴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건 운동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일상에서도 자주 긴장한다. 일에 지나치게 힘을 주면 자기 삶을 잃고, 연애에 지나치게 힘을 주면 상대를 지치게 한다. 운동이 내게 가르쳐준 건 단순하다. 일도, 관계도, 삶도 결국은 힘을 어느 정도 빼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평생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바로 책을 쓰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고, 그 안에서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아직 임원이 되는 법도 잘 모르고, 힘을 빼는 법도 서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나는 MBTI에서 N 성향이 매우 강하다. 늘 미래와 가능성에 몰두하다 보니, 지금 여기, here and now에 머무는 법을 자주 놓친다. 그래서 이 책에는 내가 순간순간을 알아차리며 사는 연습, ‘마음의 힘 빼기’에 관한 기록도 담으려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늘 하나의 질문을 품고 살아왔다. 때로는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같은 심오한 질문이었고, 때로는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으면 행복한가?” 같은 소소한 질문이었다. 그렇게 한 번에 하나의 질문을 붙잡고, 한 달쯤 곱씹으며 살아가는 것이 내 방식이었다. 이제는 그 질문들을 혼자 품어두지 않고, 글로 남기려 한다. 이 책은 내가 임원이 되는 길을 찾는 여정이자, 힘을 빼는 법을 배우는 기록이며, 동시에 나만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을 나는 이렇게 부른다. 「힘빼고 발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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