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내게 이 말은 항상 쉬웠다.
누가 묻지 않아도 먼저 말했다.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아지는 줄 알았다.
괜찮다고 말하면,
상황도 감정도 어쨌든 지나갈 테니까.
어쩌면 난,
'나'보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는 게
더 중요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은 너무 울고 싶었다.
누구라도 날 위로해줬으면 했다.
사소한 한 마디에도
마음이 무너질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그런데도 괜찮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어른이라면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른 이들이 날 좋아해 줄 것 같았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난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에 능숙해졌지?'
난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숨기는 사람이 돼버렸던 것 같다.
'괜찮다'는 말에는 내가 없었다.
'괜찮은 척'하는 나만 있었다.
돌이켜보면 난,
괜찮지 않을 때에도
괜찮다고 말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사람들의 시선, 기대, 관계 속에서
내 감정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그 결과 난,
점점 내가 뭘 느끼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슬퍼도, 아파도, 분해도
"괜찮아"라는 말 뒤로 내 감정들을 묻어버렸다.
하지만 이젠,
조금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괜찮지 않을 때, 안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그 말이 부끄럽지 않기를,
그 말 한마디로도 날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 내게 "괜찮아?"라고 물었을 때,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은... 좀 힘들어."
"조금만 기다려줘."
"괜찮다고 말하기엔,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그 말이
나를 더 솔직하게 하고,
나를 더 내 편이 되게 해 주기를.
[기록]
괜찮다는 말속에 숨어버린 내 마음을
이제는 조심히 꺼내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