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안.
이어폰에선 여전히 명상 음악이 흐르고 있었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내 마음이 예민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은 늘 같았지만,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바깥 소음보다 내 안의 소음이 더 크게 들렸다.
작은 짜증, 막연한 불안, 알 수 없는 답답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나는 이미 마음이 무거웠다.
그때, 어제 주하가 한 말이 떠올랐다.
"너는 지금, 누구의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어?"
그 문장이 마음속에 조용히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내 감정으로 살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니,
문득 깨달았다.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무거움, 답답함,
정말 내 감정일까?
회의실의 분위기가 무거우면
나는 괜히 숨을 죽였고,
누군가 표정을 찌푸리면
내가 뭔가 잘못한 것처럼 움츠러들었다.
심지어
옆자리 동료가 내는 짧은 한숨 소리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내려앉기도 했다.
나는 늘 타인의 감정에 쉽게 흔들렸다.
그들의 짜증, 불안, 피로를
내 것처럼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진짜 내 것이라고 착각했다.
퇴근길,
오늘따라 유난히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이 마음, 정말 내 거야?'
조금 서운했던 일,
조금 답답했던 순간,
조금 짜증 났던 대화들.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대부분은 내게 직접 일어난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투, 누군가의 표정, 누군가의 에너지에
흔들린 감정들이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남의 감정 위를 걸어왔다.
집에 돌아와 조명을 낮추고 향을 피웠다.
익숙한 공기.
익숙한 향기.
나는 노트를 펴고,
조용히 이렇게 적었다.
내 감정을 돌려받고 싶다.
남의 감정에 휘둘려
내 감각을 잃어버렸던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조용히 내 안으로 돌아오고 싶다.
오늘의 기록.
지금 이 마음은, 조금은 내 것이 된 것 같다.
[기록]
남의 감정에 물들지 않고
내 감정에서 출발하는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