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난,
마음 한편에서
조용히 무언가가 꺼져가는 느낌을 받는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고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있지만,
어딘가 조금씩 투명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사라지고 있다'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정말 그렇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메일을 보내고,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 모든 순간이
어딘가 '내가 빠진 장면'처럼 느껴진다.
나는 거기 있었지만
나로서 존재하고 있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날들이 쌓여서인지
요즘은 말수도 줄었고,
표정도 흐려졌다.
감정 선이 무뎌졌고,
뭔가를 하고 싶은 의지도
예전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그냥,
사라지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천천히...
언제부터였을까.
뭔가를 말하고 싶은 순간에도
'지금 말하면 복잡해질 거야.'
'괜찮다고 해야 빨리 지나갈 거야.'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말을 삼켰고
감정을 누르고
늘 '괜찮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괜찮음은 나를 지우는 말이었고,
그 침묵은 내 존재를 점점 흐릿하게 만들었다.
어떤 날은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 내가 없어져도 아무 일 없을 것 같다 '
다들 바쁘고,
다들 잘 지내고 있고,
그 속에서 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존재는 아니니까.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더 조용히 행동했고,
조용히 사라지는 쪽을 택했다.
관계 속에서도,
일상 속에서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도.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걸까.
정말 이대로 조용히 사라져도 괜찮은 걸까.
아무도 몰라줘도,
내가 나를 알아봐 줘야 하지 않을까.
아무도 찾지 않아도,
나는 내 마음을 불러줘야 하지 않을까.
오늘 밤,
조명을 낮추고 향을 피웠다.
익숙한 그 공간 속에서
나는 조용히 노트를 펴고 이렇게 적었다.
"나는 아직 여기 있어.
아주 조용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이 문장을 쓰는 순간,
조금은 다시 연결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 마음과, 내 감각과.
[기록]
나는 지금 아주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