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지 않아야 오래 사랑할 수 있다

19장.

by 경영 컨설턴트 Tim

사랑은 흔히 자신을 내어주는 일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사랑에는 분명 그런 면이 있다.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을 내어주고, 내 익숙한 질서를 조금씩 조정하면서까지 누군가를 삶 안으로 들이는 일. 사랑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양보와 배려, 조율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말할 때 종종 자신을 덜 앞세우는 태도를 떠올린다. 너무 계산하지 않는 마음, 너무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자세, 때로는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여유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오래 생각할수록, 오래 사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단지 나를 내어주는 능력만이 아니라고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그와 동시에, 나를 잃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랑은 자기 자신이 완전히 사라질 때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가 모두 살아 있을 때 비로소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계속 줄어들고, 한 사람이 계속 자신의 감정과 경계를 뒤로 미루는 관계는 처음에는 헌신처럼 보일 수 있어도 결국 쉽게 지치고 왜곡된다.


나를 잃는다는 것은 대단히 극적인 일로만 찾아오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무너지는 식으로만 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자주, 아주 작은 방식으로 시작된다. 사실은 서운한데 괜찮다고 넘기는 일, 사실은 쉬고 싶은데 내 마음보다 관계의 평온을 먼저 지키는 일, 사실은 지금 상대를 이해할 힘이 없는데도 계속 이해하는 사람처럼 남아 있으려는 일. 그렇게 자기 마음을 조금씩 뒤로 미루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은 관계 안에 여전히 머물러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그것이 사랑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나는 이 관계를 위해 애쓰고 있고, 나는 나보다 너를 생각하고 있고, 나는 끝까지 다정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 마음이 완전히 거짓인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그 안에는 진심이 있고, 관계를 함부로 다루고 싶지 않은 성실함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애씀 속에서 내가 계속 사라지고 있다면, 그 사랑은 언젠가 버거움과 피로를 남길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사랑은 한 사람의 소멸 위에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나는 사랑에서 자기희생이 언제나 아름답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내가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고, 내 리듬을 조정하고, 내 욕구를 조금 늦추는 일은 관계에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되어 나 자신의 감정, 피로, 한계, 필요를 전부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사랑은 더 이상 서로를 살리는 관계가 되지 못한다. 내가 나를 계속 잃어가며 지켜낸 평온은 결국 아주 쉽게 무너진다. 왜냐하면 그 평온은 둘 사이의 진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침묵 위에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를 잃은 채로 오래 사랑할 수 없다. 처음에는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사랑하니까, 이해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고 여기며 한동안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자기 마음을 계속 뒤로 미루는 사랑은 결국 안쪽에서 메마르기 시작한다. 상대를 향한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점점 더 피곤해지고 더 예민해지고 더 쉽게 서운해진다. 그 이유를 상대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는 오랫동안 자신을 잃어온 피로가 관계의 감각 자체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자기돌봄은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사랑의 기반에 가깝다. 내가 나를 돌본다는 것은 사랑보다 나를 우선시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오래 사랑할 수 있도록 나의 마음과 몸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에 더 가깝다. 내가 지친 상태를 인정하고, 지금 무엇이 버거운지 알고, 어디까지가 내 한계인지 알고, 필요한 쉼과 거리와 침묵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일. 이런 것들은 사랑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억지와 의무로 변하지 않게 지켜주는 바탕이 된다.


나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이기적으로 굴겠다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내가 나를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상대를 더 제대로 만날 수 있다. 내 상태를 모른 척하고 계속 버티는 사람은 어느 순간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내 피로에 반응해야 하는 존재로 대하게 되기 쉽다. 내가 너무 지쳐 있으면 상대의 작은 말에도 크게 흔들리고, 내가 너무 소진되어 있으면 상대의 현실을 받아들일 여백도 줄어든다. 그러니 나를 돌보는 일은 결국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관계가 나의 소모 위에 세워지지 않게 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사랑이 오래가려면, 관계 안에 나라는 사람이 살아 있어야 한다. 내 감정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아야 하고, 내 한계가 무시되지 않아야 하고, 내 진실이 끝내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물론 사랑은 늘 두 사람의 세계를 조율하는 일이기에, 내 마음만 앞세울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계속 뒤로만 밀려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성숙한 사랑은 나를 포기하는 사랑이 아니라, 나와 너를 함께 현실 안에 두는 사랑에 더 가깝다. 나는 그 점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를 잃지 않아야 오래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은, 결국 사랑을 더 정직하게 만들기 위한 말인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줄 수 있는 것과 줄 수 없는 것을 알고, 내가 지금 머물 수 있는 자리와 잠시 물러나야 하는 자리를 알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관계의 무게와 그렇지 않은 무게를 구분하는 것. 이런 앎은 사랑을 차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리한 이상으로부터 관계를 지켜준다. 사랑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환상보다, 무엇을 지켜야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아는 감각 위에서 더 단단해진다.


나는 때때로 사랑을 오래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에 오히려 나를 더 쉽게 뒤로 미루게 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차가운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쉽게 포기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싶지 않아서, 조금 더 참으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하지만 사랑은 참는 능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사랑은 참지 않고 말할 수 있을 때, 무리하지 않고 멈출 수 있을 때, 나를 잃지 않겠다고 조용히 결정할 수 있을 때 더 건강해진다. 사랑은 견딤만으로 깊어지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진실 위에서만 오래갈 수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누군가에게 가장 오래 바라는 사랑도, 결국 자기 자신을 잃지 않은 사람이 건네는 사랑일 것이다. 억지로 웃지 않고도 따뜻할 수 있는 사람, 스스로를 지우지 않고도 배려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한계를 모른 척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랑은 부담스럽지 않다.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고, 지나치게 애처롭지도 않다. 그 사랑 안에는 자기연민이나 자기과시보다 훨씬 더 단단한 안정감이 있다. 나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의 사랑이 때로 더 편안한 이유는, 그 사랑이 무너지는 자신을 덮기 위한 방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 건네는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사랑이란 결국 내가 얼마나 많이 줄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얼마나 진실하게 상대를 향할 수 있는가를 배우는 일에 더 가깝다. 내 마음을 전부 지워야만 가능한 사랑이라면, 그것은 오래갈수록 사랑보다 소진에 가까워질 것이다. 사랑은 나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채 너를 만나는 일이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를 잃지 않는 일은 사랑의 바깥이 아니라 사랑의 안쪽에 있다.


결국 오래 사랑한다는 것은 끝까지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 있는 마음으로 관계 안에 머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살아 있음에는 기쁨도 있지만 피로도 있고, 다정함도 있지만 한계도 있고, 배려도 있지만 자기보호도 있다. 사랑은 그 모든 것을 함께 안고 가야 한다. 나를 잃지 않아야 오래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은, 사랑을 덜 순수하게 만들기 위한 말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 의무나 자기소모로 변하지 않게 지켜주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문장에 가깝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누군가를 사랑하며 종종 나를 뒤로 미루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자주 기억하고 싶다. 사랑이 오래가려면, 관계 안에 나도 살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를 잃은 사랑은 한때는 아름다워 보여도 오래도록 건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사랑은 결국 나와 너를 함께 살게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마 성숙한 사랑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상대를 중심에 두되, 나를 지우지 않는 것. 나를 지키되, 상대를 밀어내지 않는 것. 그 균형은 어렵지만, 사랑은 아마 그 어려운 균형을 배우려는 마음 안에서 조금씩 오래갈 수 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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