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왜 늘 사람 문제처럼 보이는가

1장.

by 경영 컨설턴트 Tim

작은 조직의 문제는 이상하게도 늘 사람 문제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성실하지 않은 것 같고, 누군가는 책임감이 부족한 것 같고, 누군가는 소통을 잘 못하는 것 같고, 누군가는 유난히 자기 일만 챙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조직 안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오르는 말도 대개 비슷하다. “누가 좀 더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저 팀원은 왜 저럴까.” “대표가 너무 많이 떠안고 있는 것 같은데.” 결국 문제는 사람의 태도, 성격, 역량, 의지로 번역된다.


그렇게 보면 설명은 빨라진다.
원인도 있는 것 같고, 바꿔야 할 대상도 선명해진다. 사람은 보이기 때문이다. 성격은 눈에 띄고, 말투는 들리고, 태도는 바로 체감된다. 반면 구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기준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책임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결정은 누구에게 몰려 있는지,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는 눈에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늘 보이는 쪽이 먼저 비난받는다. 구조는 흐릿한데 사람은 선명하니까.


하지만 현장을 오래 보면, 정말로 문제의 본질이 사람인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물론 사람의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고, 책임감이 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조직에서 반복되는 문제의 상당수는 한 사람의 성향으로 설명되기보다, 그 사람이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조에서 생긴다. 기준이 없으면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일한다. 역할이 겹치면 사람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든다. 책임이 모호하면 사람은 중요한 순간에 서로를 본다. 회의는 많은데 결론이 남지 않으면 사람은 말만 많아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모든 현상은 “사람 문제”처럼 보이게 된다.


SMB에서 이 착시가 특히 강한 이유는 조직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처럼 역할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고, 전담 체계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도 않다. 누군가 한 사람이 빠지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누군가 한 사람의 태도가 달라지면 전체 분위기가 흔들린다. 작은 조직에서는 구조보다 사람이 먼저 보인다. 그래서 사람 하나가 곧 시스템처럼 취급되기 쉽다. “저 사람이 잘하면 된다.” “저 사람이 버텨주면 된다.” “저 사람이 정리해주면 된다.”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문제는 그 사람이 잘 버텨줄수록, 조직은 구조를 만들 기회를 늦춘다는 데 있다.


대표 의존도 이 지점에서 자주 생긴다.
대표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대표가 아니면 누구도 기준을 충분히 정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대표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조직은 사실 대표가 모든 것을 대신 결론내려야만 굴러가는 조직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빨리 대표의 판단을 기다리게 된다. 뭐든 대표에게 묻고, 대표가 말해야 방향이 정해지고, 대표가 움직여야 일이 굴러간다. 겉으로는 빠른 의사결정처럼 보여도, 사실은 구조가 자라지 못해서 대표에게 응축된 상태일 뿐이다.


이럴 때 조직 안에서는 자주 이런 해석이 나온다.
“우리 팀은 실행력이 약해요.”
“누가 주도적으로 안 움직여요.”
“왜 이렇게 다들 대표만 봐요?”
이 말들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충분하지도 않다. 실행력이 약한 이유가 정말 개인의 태도 때문인지, 아니면 기준이 없어서 판단을 미루게 되는 것인지, 주도성이 부족한 게 아니라 결정권이 어디에 있는지 불명확해서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인지, 대표만 보는 게 아니라 대표 외에는 최종 기준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작은 조직의 문제를 사람 문제로만 보면 진단은 쉬워지지만 개입은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사람을 바꾸라는 말은 결국 가장 막연한 처방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만났던 한 15명 규모의 조직도 비슷했다. 대표는 팀원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했고, 팀원들은 대표가 매번 마지막 결정을 바꾸니 자기 판단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겉으로는 “누가 더 책임감이 없느냐”의 문제처럼 보였지만, 들여다보니 핵심은 따로 있었다. 무엇을 대표가 결정하고 무엇을 팀이 결정하는지 기준이 없었고, 회의에서 나온 결론도 실행 기준까지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사람들의 태도보다 먼저, 구조가 사람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었다.


회의가 많은데 실행이 약한 조직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면 다들 열심히 회의한다. 아젠다도 있고, 보고도 있고, 논의도 길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무엇이 결정됐는지,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할 건지, 어떤 기준으로 끝났다고 볼 건지 흐려진다. 이때도 사람들은 “회의에 집중을 못 해요.” “다들 책임감이 약해요.”라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더 깊이 보면 회의 자체가 결정을 만드는 구조가 아니거나,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실행으로 옮기는 연결 고리가 없을 수 있다. 그럼 회의는 많지만 실행은 약한 조직이 된다. 사람들은 회의에 많이 앉아 있지만, 실제로는 같은 문제를 여러 번 다른 말로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KPI도 같은 방식으로 오해받는다.
지표가 많아지면 더 관리가 잘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방향이 흐려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기준이 선명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성과와 덜 중요한 성과가 한 화면에 섞여 버리면, 사람들은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더 모르겠어 한다. 그러면 또 사람 이야기로 돌아간다. “이 숫자도 못 보나요?” “왜 이렇게 감이 없죠?” 하지만 사실은 지표가 많아질수록 더 중요한 것은 숫자의 개수가 아니라 숫자의 역할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판단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KPI는 사람을 움직이는 언어가 아니라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목록이 된다.


여기서 내가 자주 떠올리는 것은, 작은 조직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자체가 아직 충분히 구조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과 해결하는 사람이 같고, 판단하는 사람과 실행하는 사람이 같고, 보고하는 사람과 최종 책임자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일이 빠르게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제의 원인이 자주 사람에게 덮어씌워진다. 왜냐하면 역할이 분리되어 있지 않으니까. 누가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결정했는지 명확하지 않으니까. 누가 잘못했는지보다 무엇이 빠졌는지를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작은 조직은 자주 감정으로 설명된다. “답답하다”, “서운하다”, “불안하다”, “왜 이렇게 자꾸 엇갈리지?” 같은 말이 많아진다. 감정이 잘못된 게 아니다. 다만 감정이 구조를 대신 설명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반복된다.


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 오히려 느슨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사람들이 나쁘지 않다. 서로 배려하고, 예의 있고, 성실하고, 악의도 없다. 그런데도 조직은 자꾸 느슨해진다. 왜냐하면 좋은 사람들끼리 모였다고 해서 자동으로 책임과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다 보면, 누가 최종적으로 정리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내 일인지, 어느 수준에서 판단해야 하는지가 흐려질 수 있다. 좋은 사람들은 갈등을 덜 만들지만, 구조를 대신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로만 버티는 조직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안쪽에서는 경계가 희미해지기 쉽다.


문제는 왜 늘 사람 문제처럼 보이는가.
사람이 진짜 중요해서이기도 하고, 구조가 아직 사람을 충분히 받쳐주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문제는 실제로 사람에게서 시작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의 문제처럼 보이는 현상 뒤에는 대개 기준의 부재, 역할의 중복, 책임의 모호함, 결정 구조의 편중, 실행 리듬의 부재가 숨어 있다. 즉, 사람은 문제가 아니라 신호일 수 있다. 누군가가 자꾸 지치고, 누군가가 자꾸 늦어지고, 누군가가 자꾸 불안해하고, 누군가가 자꾸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건 그 사람만의 약점이 아니라 조직이 아직 충분히 구조화되지 않았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람을 탓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사람을 통해 구조를 읽고, 구조를 통해 다시 사람을 살피려 한다. 누가 잘못했는지보다 무엇이 비어 있는지, 누가 부족한지보다 어떤 기준이 없는지, 누가 느린지보다 어떤 흐름이 끊겼는지를 더 먼저 보려는 시도다. 작은 조직은 늘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구조의 빈틈을 드러내고 있다. 그 빈틈을 보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왜 저 사람은 저럴까.”
하지만 그 질문을 한 걸음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왜 이 조직은 저 사람이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을까.”


나는 이 질문이 작은 조직을 바꾸는 시작이라고 믿는다.
사람을 더 몰아붙이기 전에, 구조를 먼저 보자.
사람을 더 판단하기 전에, 기준을 먼저 세우자.
그리고 사람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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