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두는 사람들, 불안한 사회

panic buying vs. hoarding

by 루인

코로나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기 시작하던 때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 중 하나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사람들은 평소보다 훨씬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까지 마스크를 구하려 했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 있었다. 어렵게 손에 넣은 마스크 택배 상자를 뜯어보았을 때, 기대와는 전혀 다른 재질과 형태에 실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결국 그 마스크들은 서랍 깊숙이 들어갔다가, 단 한 번도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채 버려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형적인 panic buying의 결과였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흔히 물건을 사는 방식으로 불안을 통제하려 한다. 이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행동이 바로 panic buying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지금 사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구매를 부추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어지는 행동이 hoarding, 즉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쌓아두는 것이다. 다시 말해, panic buying이 순간적인 반응이라면, hoarding은 그 반응이 남긴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도 쉽게 잊는다. 요즘 상황이 그렇다. 국제 정세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저 멀리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이 우리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비닐류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며칠 전 퇴근길에 들른 몇몇 편의점에서도 같은 대답들을 들었다.


“입고되는 날짜에 다시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집에는 여분이 있었지만, 눈앞에서 ‘없다’는 상황을 확인하는 순간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정은 이미 또 다른 panic buying의 문턱에 서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오간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또다시 panic buying에 나서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계획적으로 생활하는 편인 나 역시 어느 한쪽만을 쉽게 선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반복해서 마주하는 이 장면은 단순한 소비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불안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불안해서 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불안이 쌓일수록 집 안의 물건도 함께 늘어난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hoarding을 만들어 낸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이런 불안이 조금은 줄어든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더 이상 무엇인가를 미리 사두지 않아도 되는 삶, 미래를 두려움이 아닌 선택으로 준비할 수 있는 삶을.


In times of uncertainty, people start panic buying.

And before they know it, it turns into hoarding.

Maybe what we really need is not more things, but less f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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