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레터 <봄은 또 오고>
어느덧 3월 중순, 살포시 올라온 귀여운 새싹들을 보니 성큼 다가온 봄 기운에 마음도 설레입니다. 일단 봄을 느끼고 나면 한동안 겨울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지요. 이렇게 모든 것은 지나가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우리의 삶. 그래서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 봄은 또 오고> 입니다.
이 책은 겹겹이 쌓이며 새롭게 만들어 내는 봄의 이야기가 담긴 책 이랍니다. 그림책 노란 표지에 그려진 작은 아이의 모습은 엄마의 자궁 안에 웅크리고 있는 아기의 모습을 연상시키지요. 표지의 장면은 우리는 미처 기억하지 못하지만 간직하고 있는 생애 첫 번째 봄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 세 살의 봄, 나는 바다에서 첫걸음마를 떼지.
파도 거품 속 가지런히 놓인 나의 두 발,
내가 간직한 첫 기억이야.”
“서른둘의 봄,
바다에서 딸에게 첫걸음마를 가르쳐.”
세 살의 봄이 겹쳐지다, 사라지다 서른둘의 봄에서 다시 겹쳐지는 장면은 너무나 감동입니다. 나의 두 발이 삼십 년이 흐른 후 내 딸의 두 발이 되는 그 순간, 수많은 봄의 반복을 담아 내 아이에게 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주지요. 이렇듯 책의 곳곳에서 시간은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잘 흘러가는 삶이 잘 살아가는 삶이라고 속삭입니다.
살다 보면 그림책 장면처럼 삶이 오버랩 될 때가 있어요. 그것은 삶의 모든 순간에 다른 순간들이 계속 겹쳐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기에 시간이란 흐르는게 아니라 다시 돌아오는게 아닐까요.
“여든 다섯의 봄,
지금껏 이렇게 봄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
매년 겨울, 우리는 ‘봄’ 을 간절히 기다리고 어김없이 ‘봄’은 다시 다가옵니다. 하지만 ‘봄’ 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할 때가 많지요. 세 살의 봄, 파도 거품 속에 놓인 나의 두 발과 네 살의 봄, 아빠가 맛보게 해준 빨간 산딸기의 맛, 스물여섯의 봄,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만난 인연과의 설레임, 여든다섯의 봄은 지금껏 가장 사랑한 봄. 이처럼 지나간 우리의 모든 ‘봄’은 가장 좋은 삶, 최고의 삶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해마다 더 좋은 '봄' 이 제 인생에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때보다 더 좋은 것, 그 다음 해는 더 좋은 것을 해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삶, 최고의 ‘봄’ 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봄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지만
아름다움이 반복되는 계절입니다. 곧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않기에 더 애틋함이 느껴지는 계절이지요. 그러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봄’이 계속되어 내일의 일들이 기대되는 완벽한 ‘봄’ 날들로 가득하기를 소망해봅니다.
오늘은 당신께 묻습니다.“흘러가버린 당신의 ‘봄 날’ 중 가장 마음에 달라붙는 ‘봄 날’의 기억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