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밤 Jan 06. 2024

우연한 만남, 운명 같은 인연

< 첫눈에 반한 사랑> 

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림 베아트리체 가스카 퀘이라 차 

나무의 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의 대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쓴  시 

<첫눈에 반한 사랑> 이 

얼마 전 그림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끝과 시작>>이라는 

그녀의 시선집에 들어있는 이 시는

그림과 함께 더불어 책으로 보니 

꼭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


표지의 떨어진 솔 잎을 

눈으로 좇으며 그림책을 넘겨봅니다.


자세히 보니 

할아버지의 앞 주머니에 꽂혀있는 솔 잎과

할머니의 자전거 바구니에 담겨있는 

솔방울이 눈에 띕니다.


서로의 시선을 

각기 다른 곳에 둔 채

각자의 발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보니

운명의 신이 장난을 쳐 

서로가 인연인지 모른 채

세월이 흘러버린 것은 아닐까 아쉽기만 합니다.


“ 그들을 이어준 것은 

갑작스러운 감정이라고 둘은 확신했다”


“만약 아주 옛날부터 

우연이 그들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너무나 이상하겠지.


우연은 아직 그들을 위해 

운명으로 바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들을 가깝게 했다 멀리 했다 

그들의 길을 막아섰다가

웃음을 참으며 풀쩍 뛰어 

옆으로 비켜 주었던 것이다”



아.... 그들을 가깝게 했다, 멀리 했다, 

길을 막아섰다, 비켜 주었다 했다니요.....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생각해 보면 한 번의 우연으로

인연은 맺어지지 않습니다.


한 번의 우연으로 

인생의 중요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운명이란..

우연이라는 반복되는 장난과 함께

나의 선택이 어우러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그렇기에 그림책 속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마주 앉게 된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은

아직 운명으로 발전하기엔 힘들어 보입니다. 


 “신호도, 징조도 있었지만

  그럼 뭐 하나, 읽지 못하는 걸.”



그림책 표지에 그려져 있던 

솔 잎들이 삶이 주는 힌트로 

곳곳에 떨어져 있지만 

주인공들은  읽어내지 못합니다.


부부든, 연인이든, 

누구든 살아가면서 

우리의 모든 만남은

우연으로 만나 운명으로 인연을 맺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삶이 주는 힌트와 신호를 

놓칠 때가 많지요.

그저 스치는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기에..


중요한 것은 

그 힌트와 신호들이 

사람으로부터 올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상대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그렇게 시작한 우연한 만남, 

낯선 만남이 주는 삶의 힌트들이 쌓이고 쌓여

인연을 맺게 될 것이며

그것은 

또 다른 기적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저는 

새로운 만남, 낯선 만남뿐 아니라

우연의 씨앗이 뿌려져  

운명과도 같은 인연으로 지속되는

오랜 인연과의 만남을 특히 좋아해요. 


세월이 흐르면

 인연의 끈이 점점 약해져 

서로에 대한 유일성

언제든 끊어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그것들이 만들어 낸 인연의 밀도가 

너무나 특별하기 때문이지요. �


그렇기에 오래된 인연은

때로는 신비롭게, 

때로는 애절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생은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우연의 연속이 계속되고 

그것이 인연으로 맺어져 

운명 같은 만남으로 

밀도 높은 인연이 되기도 하는 것.


우리는 만남과 떠나보냄 속에서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하며

다한 줄 알았던 인연의 끈이 

미처 끊어지지 않고 있다 재회하기도 합니다. 


아마 또 다른 

운명의 장난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


저는 그렇게 함께 인연을 맺었고 ,

맺고 있으며, 

앞으로 맺게 될 다양한 인연들이

그저 우연으로 그칠지,

운명처럼 오랜 인연으로 지속될지,

그다음의 모습은 무엇일지 

제 자신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지금 답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인연이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 


반면 지금은 떠나버린 

시절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또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과 설렘까지..


그러니 사람과 삶이 주는 힌트들을 

속절없이 흘려보내지 마시고 

우연을 통한 운명적인 만남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만남과 인연은 다시 되풀이할 수 없는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새해에는 모두

‘우연과 운명’을 통한 새로운 시작으로

귀중하고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

높은 인연의 밀도를 가진 소중한 관계로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 


그래서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 운명처럼 

어느 날 갑자기,  뜻밖의 곳에서 

마주치고 싶은 사람 (인연) 이

있으신가요?"�


작가의 이전글 나만의 생의 레시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