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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바람이 불게 될 내일을 기다리며..

그림책 레터 <잠자리채 소년>

by 여울빛

낙엽이 봄날의 벚꽃 비처럼 내려앉는

완연한 가을!

이 낭만의 계절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요 :) ㅎㅎ


오늘은 낙엽의 바스락 거림이 그대로 느껴지는

가을의 색을 지닌 ‘잠자리채 소년’ 그림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잠자리채 소년> 글그림 채다은


잠자리채 소년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입던 옷을 입은 뒤 나비를 쫒지만

한 마리의 나비로는 잠자리채가 채워지지 않음에

절망을 합니다.


그때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는 뚜껑이 꼭 잠긴 빈 병 소년이

눈앞에 나타나자 잠자리채 소년의 마음은

초조함으로 가득해지고...


“내가 놓친 것을 가진 사람.

그 앞에 서면

나의 텅 빔은 초조함이 되지”


그때부터 잠자리채 소년은

담을 수 없는 것을 담으려 하고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저 흘러가기만 하는 비와 구름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잠자리채는 채워지지 않고

텅 빔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잠자리채 소년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소용없음을 깨닫고 집에 돌아가 잠이 드는데..


“ 무거운 하루를 비워내면

약속처럼 돌아오는 나비”


소년은 아침에 눈을 뜨면 알게 될 것입니다.

다시 찾아온 나비를 보며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나비는 다시 찾아온다는 것을요.


저에게 그림책 속 나비는

다양한 형태의 욕망으로 다가오고

잠자리채 소년의 초조한 마음은

열등감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모두 본질적으로

채워질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우리가 지닌 결핍을 각자의 방법으로 채우려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요.


하지만 살면서 깨닫습니다.

결핍을 완벽히 채울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 우리는 흘러가는 것을 흘러가는 대로,

변해 가는 것은 변해 가는 대로 놓아줄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텅 빔을 채우려 하지 말고

견고한 소유를 부러워하지 말고

적절히 만족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것들로 나를 채우기보다는

비우고 가벼워져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겨울에도 볕은 깃들고

어둠에도 빛은 스미듯

막막하고 고단한 오늘이 지나고

새 바람이 부는 내일이 오지 않을까요..


그래서 여러분께 질문을 드립니다.


“ 여러분의 삶에서 잡히지 않는 나비는

무엇이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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