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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받아 마땅한 그대에게..

그림책 레터 <나는 지하철입니다>

by 여울빛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

월요병으로 힘들진 않으셨나요. :)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

천근 만근이 된 몸을 싣고

퇴근길에 오르실 여러분들을 위해

그림책을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나는 지하철입니다 > 글그림 김효은 문학동네


“ 나는 오늘도 달립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을.

어디에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을 싣고
한강을 두 번 건너며

땅 위와 아래를 오르내립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길 마디마디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는 지하철입니다. ”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보았을까요.


어렸을 땐 세상에 이름 석자 크게 휘날릴 줄 알았고

매일매일 호기심과 설렘으로

눈을 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으니

삶이 어느 정도 정해져 버린다는 걸 깨달았지요.


앞으로 나는

어느 정도의 집의 크기를 유지하며 살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을지,

어느 정도의 돈을 더 벌 수 있을지

대개 정해져 버린다는 것을요.


이렇게 미래의 내 모습이 어느 정도 가늠해져 가고

‘먹고사니즘’이라는 종교(?)에 빠져

열심히 나날들을 뒤로하며 살다 보니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물러나는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 그림책은

세상의 신발들이 찾아오는 구로동 수선집 재성 아저씨 이야기,

제주 바다에서 나고 자라 서울로 올라오신 해녀 할머니 이야기,

남들이 입는 양복 대신 무엇을 입을지, 어디로 가야 할지

매일 고민하는 취업 준비생 도영 씨 등과 같은 평범한 우리가

2호선 지하철에 끊임없이 타고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라디오 사연과 같은 스토리를 잔잔히 들려줍니다.



이렇듯 모두 각자의 소중한 삶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저마다의 서사를 가지고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

묵직한 사연 하나씩 가슴에 품고 말이지요.


그러니 박수받아 마땅한 그대,

지금 이 순간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박수를 쳐 봅니다.


“ 낡은 구두와 그것을 어루만지는 오후의 햇빛.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가득 싣고

덜컹덜컹덜컹덜컹

오늘도 우리는 달립니다 ”


여러분에게 다가올 내일은

오늘의 피곤을 덜어줄 수 있는 그런 날 되시길 바라면서..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연은 길 위에서 쌓이는 것.

길 위에서 만난 것 들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

( 이야기, 책, 물건, 음악, 사람, 등등.. 모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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