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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시작되는 것에 감탄하며

그림책 레터 <봄이 들면>

by 여울빛

글그림 김영화 / 이야기꽃


오늘은 아름다운 제주에서 선물 받은 그림책

< 봄이 들면 >을 소개합니다. :)


제주 토박이 김영화 작가의 그림책으로

그림책 속 제주에 ‘든’ 봄의 세밀화 그림은

생명력 그 자체!

"숲도 춥고 새도 추운 겨울 지나고

찔레나무, 망개나무 순이 돋으면 봄이 든 거다."


어느새,

절대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봄이 왔어요.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공기를 들이마셔 봅니다.


차갑고 선명한 공기 속에서 미묘한 기운이 감지되고

한겨울의 매서운 냉기가 아니라

부드러워진 바람결에 섞여 있는 따스함.

저녁 무렵까지 남아있는 온기를 느끼니

정말 봄이 왔구나 생각이 듭니다. :)


"집에 가져가서 품어 볼까?

그럼 꿩 병아리가 나오나?


안돼! 만지지 마.

엄마 꿩이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야.

알에 사람 냄새 배면 다시 품으러 안 와.


엄마, 이제 고사리 꺾으러 안 갈 거야?


남겨둬야 홀씨를 퍼뜨리지.

그래야 내년에 더 많이 돋아나.

고사리밭도 이제 조용히 쉬어야지."


그림책 속 꿩 병아리와 봄 고사리처럼

작은 계절의 변화가 마음을 설레게 하고,


겨울 동안 움츠려 있던 제 감정들도

다시 깨어나기 시작하며

새로운 일이 시작될 것 같아 벅차오릅니다.


저는 새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올 한 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풍경을 바라볼 것인가 생각합니다.


지난 추운 겨울, 이해와 오해 속의 날들 안에

닫아 버렸던 마음과 무뎌졌던 감정을 다시 열어봅니다.


이 봄이 지나고 나면

저는 또 어떤 봄의 기억을 품게 될 것이며,

저는 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며칠 전, 짧은 일정으로 제주를 다녀왔어요.

그런데 서울로 돌아오니

한 달은 머물다 온 듯한 몽롱한 느낌.


제주에 잠시 머무르며

그동안 통과한 세월을 압축한 많은 대화 때문인지,

물 흐르듯 편안함도 함께였기에 그런지 모르겠어요. :)


어쩌면 마을 주민인 양 느긋하게 음식을 먹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포만감을 느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여러 삶의 요인들로 인해,

그리고 여러 가지 도전할 것들이 있어

국내 여행도 쉽게 떠나지는 못할 듯해요.


하지만 당일치기 짧은 여행이라도 최대한 자주하여

그곳의 ‘포함된 삶’ 까지는 아니더라도

‘포만감을 느끼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엄마, 내년에도 갈 거지? 나도 꼭 데려가야 해.

고사리도 꺾고 꿩도 다시 만나게. 응?


그래, 다시 봄이 들면. 약속!"



올해는 유난히 사계절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두려움을 설렘으로 다시 장착하여

내년에 다시 봄이 드는 그날!


이 글을 쓰는 오늘을,

잊지 못할 봄의 제주와 무해한 대화를 함께 떠올리며

한 해 동안 참 많은 성장 했구나~

제 자신을 크게 칭찬해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러니 이 아름다운 계절이 모두 지나기 전에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며 봄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를,

계절과 빗소리에 감탄할 줄 아는 제가 되기를,

저를 북돋우는 것들이

올 한 해 저를 살리게 하고 채우며

의욕을 만들어 주는 봄이 되기를...

그렇게 봄이 시작된 길 위에 다시 한번 섭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 또한 다가온 새 봄,

시작 앞에서 주저하지 말고

시작되는 것들에 감탄하는 봄이 되길 바라면서

다가온 새 봄, 응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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