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실패담 4
8시 20분에 한 번 깨고, 8시 40분에는 신경질적으로 눈도 안 뜨고 알림을 꺼버렸다. 사실 8시 40분인지도 몰랐다. 꿈에 전 남자 친구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사연 있는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뜨니 이미 9시 10분이었다.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 그냥 피곤한 느낌과도 다르고, 몸살 나기 전의 약한 근육통과도 다르다. 나는 '림프절이 아프다'는 표현을 썼다. 겨드랑이 아래 옆라인에 담이 걸려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지금도 여전히 아프다. 비가 와서 그렇다는 시답잖은 농담을 했다.
모 공연기획사에서 인턴 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아아아아 지원서 쓰기 시른데에에에ㅔㅔㅔㅔ
그런데 진짜 이제는 물릴 핑계가 없다... 토익도 쳤고...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나올 듯 하니 일단 점수 보고 다시 공부해도 될 것 같고(이렇게 쓰지만 사실 지금 당장 토익 공부하기 싫은 마음이 제일 크다)... 졸업용 한자시험은 특강 들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이 그냥 합격선을 넘기길래 공부하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집에서 행복해"라는 친구의 말을 받잡기로 했다. 크크크
그래서 정말 이제는 물러설 데가 없다... 제가 난데없이 말 끝을 늘이는 걸로 알 수 있으시겠지만... 정말... 하기 시러요... '어차피 안 될 건데'라는 식의 학습된 무기력이랑 싸우는 느낌이란 말이야... 아아아 하지만 1월 20일까지 서류 마감이라는 걸 알아버렸다고 나는... 몰라서 넘겼다면 모를까 아는데도 넘기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나는 결국 서류를 쓰게 될 것이다... 하......
자기소개서 쓰는 일은 항상 어렵다. 단순히 글짓기가 어렵고 내용을 꾸며내는 게 힘든 수준을 떠나서 서류의 합불이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규정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물론 아니지만. 아닌 거 알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자기소개서 앞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것 역시 마냥 맞는 말은 아니지만-자기소개서 통과시켜서 스타트업 인턴 면접도 본 적 있고, 결국 자기소개서 쓰고 면접 봐서 대외활동도 한 적 있으니까. 근데도 그냥 그렇게 뭉뚱그려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불합격의 경험이 합격보다 많은 건 당연한 생리인데도, 습관적으로. 라벨링은 편하고 일반화는 쉽다.
그래서 지원하는 게 무섭다. 글 쓰면서 자연스럽게 이력서를 진심으로 대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도 무섭고 그렇게 진심이었던 내가 불합격 통보를 받고 낙담하는 것도 미리 두렵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렸다고 1월 20일이 서류 마감일인 걸... 더불어 그 공고가 올라온 채용 사이트에서 카카오 어시스턴트가 1월 12일까지 마감이라는 것도 알아버렸다고....
원래 <평범한 실패담>이 이런 이야기 쓰려고 만든 매거진이다. 어떻게 도전했고, 어떻게 실패했는지 논하고 싶어서. 그렇게 100개 정도의 회사에 탈락하게 되면 뭐라도 되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일찍이요? 나는 적어도 한자시험 끝나고 며칠 더 멍 때리면서 스스로 워밍업을 하고 나서(=놀면서 시간 죽이고 나서) 미적미적 원서 준비를 할 줄 알았다. 어쨌든 잘 된 일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익숙해져야 했던 일인데 뭐.
근데 오늘은 진짜 아프다... 컨디션 난조를 떠나서 진짜 그냥 몸이 얻어맞은 것같이 아파... 그러니 오늘은 그냥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서 이력서 어떻게 쓸지 큰 그림만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오늘의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