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27
새벽 다섯 시에 잤다. 사유: 덕질하다가.
눈 뜨니까 한시. 눈 뜨자마자 같이 덕질하는 사람들이랑 떠들고 나서 기운이 다 빠진 느낌이었다.
의욕이 안 나고 뭘 해도 기운이 안 나고, 덕질도 집중을 못 하고, 겨우겨우 진정령 한 편 더 봤다. 보고 싶어서 본 것도 아님. 그냥 지금 상태라면 멍 때리면서 시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틀었을 뿐.
시간이 꽤 빨리 가서 저녁도 먹고, 짐 챙겨서 집에 왔다.
오는 길에 적당히 면접 질문을 다시 봤다. 전에 막막했던 질문들은 적당히 키워드만 기억해두기로 했다. 또다시 내일의 할 일로 미루고 말았는데, 내일모레가 면접이었다.
집에 와서는 멍 때리고 누워있었다. 오랜만에 귀가하는 기분. 컴퓨터를 켜서 그림 한 장을 그렸다.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이젠 좀 일상에 피해가 가는 수준까지 왔다는 자각도 어렴풋이 들었다.
근데 아무렴 어떤가 싶은 생각이 들어버렸다. 익숙하다. 오늘은 우울한 날이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노력 없는 나날 끝에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받아도 그럼 내가 그렇지-하며 적응하고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실패에 익숙해지고 무력감에 적응하는 게 무섭다. 너무 안온해서 돌아가기도 쉽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내는 게 힘들어. 사유, 덕질하느라 내 힘을 다 빼버려서. 알아요, 알아요. 나 즐겁자고 하는 덕질인데 이걸로 내 진이 빠졌어요. 내가 제일 슬프지 않겠어?
모르겠다. 그냥 쉬고 싶다. 연휴 동안 너무 오래 놀아서 부작용이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