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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나 Nov 10. 2024

미숙과 성숙 사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작가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한일 합작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드디어 끝마쳤다. 한국 여자 '홍'役을 맡은 이세영 배우와 일본 남자 '준고'役을 맡은 사카구치 켄타로 배우 커플이 아름다운 OST에 맞춰 감정을 나누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사실 드라마를 완주할 있을까 걱정이 정도로 시청하는 내내 나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여자는 너무 감정이면서 의존적으로 보였다. 특히 상황을 공유하않는 부분은 내가 감정이입이 되었는지 TV에 대고 이렇게 소리치기도 했다. "말을 안 해! 말을!"


그러다 문득, 잠자려 누운 침대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 둘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심지어 제일 답답해했던 준고의 모습은 예전의 내 모습에 닿아있었다. 나 역시 연애 중에 기분이 상하거나 화가 나면 입을 꾹 닫고 말을 뱉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그때그때 상황에 집중하느라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상대방이 서운함을 표현했을 때 오히려 내가 '일이고 사회생활인데,  네가 이해를 못 해줘?'라며 상처 주는 말을 뱉었던 기억이 있다. 준고와 다를 게 없었다.


한 번은 잦은 싸움으로 지쳐 헤어진 경험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F 성향, 그는 T 성향이었던 것 같다. MBTI가 유행하던 시절은 아니었음에도, 분명 우리는 그 성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하지만 서로 본인의 입장만 주장한 것뿐이었다. 상대방에 맞춰 조율하지 못했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도 그도, 홍&준고 커플처럼 미숙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다양한 감정의 경험이고, 그 경험으로 인한 배움이다. 그 배움을 통해 우리는 성숙해진다. 모든 사랑과 이별의 형태는 다르기에, 모두가 배우는 것 또한 다를 것이다. 나는 사랑과 이별을 통해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양보하는 법을 배우고,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감사하는 법을 배우고, 인연을 소중히 대하는 법을 배웠다. 나를 낮추면 상대방이 높아지는 것 같지만, 오히려 내가 깊어질 수도 있음을 배웠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고 여러 가지 요건과 타이밍이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성숙한 대화와 이해하려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한 번 더 미소 짓는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마음을 한 숟갈 더해본다.  



[사진: UnsplashJovan Vasiljevi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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