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한일 합작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드디어 끝마쳤다. 한국 여자 '홍'役을 맡은 이세영 배우와 일본 남자 '준고'役을 맡은 사카구치 켄타로 배우 커플이 아름다운 OST에 맞춰 감정을 나누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사실 드라마를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 정도로 시청하는 내내 나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하지 않고, 여자는 너무 감정이면서 의존적으로 보였다. 특히 상황을 공유하지 않는 부분은 내가 감정이입이 되었는지 TV에대고 이렇게 소리치기도 했다. "왜 말을 안 해!말을!"
그러다 문득, 잠자려 누운 침대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 둘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심지어 제일 답답해했던 준고의 모습은 예전의 내 모습에 닿아있었다. 나 역시 연애 중에 기분이 상하거나 화가 나면 입을 꾹 닫고 말을 뱉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그때그때 상황에 집중하느라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상대방이 서운함을 표현했을 때 오히려 내가 '일이고 사회생활인데, 네가 이해를 못 해줘?'라며 상처 주는 말을 뱉었던 기억이 있다. 준고와 다를 게 없었다.
한 번은 잦은 싸움으로 지쳐 헤어진 경험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F 성향, 그는 T 성향이었던 것 같다. MBTI가 유행하던 시절은 아니었음에도, 분명 우리는 그 성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하지만 서로 본인의 입장만 주장한 것뿐이었다. 상대방에 맞춰 조율하지 못했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도 그도, 홍&준고 커플처럼 미숙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다양한 감정의 경험이고, 그 경험으로 인한 배움이다. 그 배움을 통해 우리는 성숙해진다. 모든 사랑과 이별의 형태는 다르기에, 모두가 배우는 것 또한 다를 것이다. 나는 사랑과 이별을 통해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양보하는 법을 배우고,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감사하는 법을 배우고, 인연을 소중히 대하는 법을 배웠다. 나를 낮추면 상대방이 높아지는 것 같지만, 오히려 내가 깊어질 수도 있음을 배웠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고 여러 가지 요건과 타이밍이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성숙한 대화와 이해하려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한 번 더 미소 짓는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마음을 한 숟갈 더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