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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함께 달리는 우리들

사계절

by 이루나

외국어를 공부할 때면 꼭 받는 여러 질문이 있다. Favorite 시리즈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인지?" 같은 것들이다. 내가 특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었는데, 바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언제인가?"이다. 한참 어린 학생이었을 때의 나는, 모든 계절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에 따라 계절이 변화되고, 각 계절마다 좋아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봄 - 황사와 꽃샘추위 (이제는 더욱이 미세먼지까지 심각하다)

여름 - 무더위와 장마, 그리고 모기

가을 - 태풍, 떨어지는 낙엽

겨울 - 강추위와 눈


그냥 하나 아무거나 말해주면 될 것을, 난 항상 "I don't have any favorite season. Because~."라며 내가 각 계절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곤 했다.


그랬던 내가 언젠가부터 많이 달라진 점이 있었다. 예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주변의 자연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반짝이는 파스텔톤의 푸른 바다를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저 멀리 태양이 떠오르며 깜깜했던 밤하늘이 붉은빛을 보이며 밝아질 때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시끄럽다고만 생각했던 아침의 새소리는 아름다운 음악 같았고, 신발의 흙과 벌레밖에 보이지 않았던 숲은 풀 내음과 나무 향기가 가득한 초록빛 세상이었다.


자연을 경외의 눈으로 보게 되며 계절이 달리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같은 질문에 모든 계절이 좋아 답변하기가 어렵다. 매년 똑같은 계절이라고 생각했는데, 매 계절이 반갑고 아쉽다. 그리고 이 아름다움을 내가 얼마나 더 마주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함께 떠오른다. 멈춤 없이 달리는 시간 속에서 우리도 달리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기에, 나는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기며 달리길 바란다. 그리고 이 소중한 순간순간의 시간 안에서 나 혼자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사진: UnsplashAron Visu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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