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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김밥 틀린 김밥

나의 선택

by 이루나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혹은 자주 먹는지 묻는다면 '김밥에 라면'이라고 바로 대답한다. 김밥과 라면 둘 다 모두 좋아하면서도 자주 먹는 메뉴다. 특히 김밥을 좋아하는데, 다양한 종류가 있는 것도 한몫 하는 듯하다. 야채김밥, 참치김밥, 소시지김밥 등 그날 그날 먹고싶은 맛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단무지를 좋아하지 않아 항상 주문 후에는 "단무지는 빼주세요."하고 부탁드리거나,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빼서 먹는다. 어떨 때는 햄까지 먹지 않을 때가 있어 주문받으시는 분이나 같이 먹는 친구들이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지 물을 때가 있다. 김밥에는 여러 재료가 있고 나는 그중 몇 개를 뺏을 뿐, 김밥은 그대로 김밥이다. 김밥의 주요 재료는 사실 김과 밥이니까.


어렸을 때 내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리면, 엄마는 도시락용 김에 밥과 김치 한 조각을 넣어 싸주시곤 했다. 그러면 내가 조용히 식탁에 앉아 하나 둘 먹는 것을 알고 계셨다. 이 또한 김밥의 한 종류이다. 이제는 동그랗게 말지 않아도 삼각 모양의 삼각김밥이 있고, 김과 밥의 위치를 바꾼 누드김밥이 있고, 심지어는 밥 대신 달걀지단을 넣어 만든 키토김밥이 있다. 우리는 이를 틀린 김밥이라 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김밥만이 옳은 김밥일 수는 없다. 그저 다를 뿐, 모두 김밥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법과 윤리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하고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삶을 이어 나간다. 어느 경험이든 어느 선택이든 옳고 그름은 없다. 어느 방향으론가 그저 다르게 나아갈 뿐이다. 단무지가 들어간 김밥과 묵은지가 들어간 김밥 중 어느 게 더 낫다고도 말할 수 없다. 사람마다 입맛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요리경연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선호를 맞추며 특정 김밥처럼 살 필요가 없다. 혹여 심사위원을 둔다면 그것은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오로지 내 자신일 것이다.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의무도 책임도 모두 나에게 달려있다. 나에게 떳떳하고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런 선택들로 가득 찬 삶을 이어 나가길 바란다.



[사진: Unsplashraw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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