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심해야하는 것들
세비야에서 나는 대부분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다닌다.
그래서 택시를 탈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가끔, 혼자 이동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게 된다.
대부분 내가 익숙한 길인데도, 택시는 그 길로 가지 않는다.
멀고 낯선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분명히 이상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택시 기사에게 항의할 만큼의 스페인어가 되지 않는다.
돌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는 속으로만 말한다.
그 길이 아니라고, 내가 안다고.
하지만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냥, 포기한다.
1.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세비야의 택시는 요금 미터가 있긴 하지만, 관광객에겐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한 번은 공항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에게 “카드 되나요?”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자,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현금을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현금을 건넸고, 마음만 더 피곤해졌다.
세비야 택시는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금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미리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내릴 때쯤 “단말기 충전이 안 됐다”, “지금은 현금만 된다”는 말로 돌연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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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도시는 걷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연다
세비야는 작고, 아름답고, 걷는 맛이 있는 도시다.
구시가지 대부분은 도보 30분 내외 거리 안에 모든 명소가 있다.
대성당, 알카사르, 스페인 광장, 메트로폴 파라솔까지—
택시는 오히려 귀찮고, 복잡하고, 비싸다.
게다가 골목은 좁고, 차량 통제 구역도 많다.
결국 택시로 접근할 수 있는 지점도 한계가 있다.
세비야를 온전히 보려면 걷는 수밖에 없다.
편한 운동화 한 켤레가, 택시 요금보다 훨씬 값어치 있다.
3. 한국과는 다른, 조심의 기술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소매치기 조심하세요.”
세비야는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지만, 한번 잃어버리면 끝이다.
경찰서에 가도 찾을 수 있는 확률은, 거의 0%.
나도 처음엔 테이블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가방을 의자에 걸어두곤 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다급하게 소리치듯 말했다.
“여긴 한국이 아니야! 조심해야 해!”
거리에는 CCTV도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경찰은 그냥 사고 접수만 할 뿐이다.
잡으려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2년 전, 세비야 친구들과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교보문고에 갔는데, Sonia가 놀라서 말했다.
“내 핸드폰이 없어졌어!”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으로 서 있던 책장 앞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걸 발견한 순간,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 표정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세비야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전히 보인다.
내가 먼저 길을 묻고, 스스로 걸으며, 조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도시는 조금씩 마음을 내어준다.
그러니, 기억해 주세요.
세비야에 오면—
택시는 피하고, 걸어 다니고, 절대 방심하지 마세요.
세비야는, 조심스럽게 사랑해야 하는 도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회차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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