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다익선 , 봄날의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잘잤냐옹?
아침이 되기 전, 그게 몇 시라도 제가 일어난 기척이 들리면 세 마리의 고양이는 모두 아침 인사를 합니다.
귀에 대고 냐옹 냐옹. 몸 주변을 돌면서 얼굴을 비비고,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는데 10년 만에 만난 것처럼 반갑게 인사를 해 줍니다. 그리고는 5분 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집안 곳곳으로 흩어져 버립니다. 그게 고양이의 매력이겠죠.
오늘은 제가 동물을 사랑하게 만들어준, 그리고 동물에 권리를 위해 사소하게나마 노력하게 만들어준 우리 첫째 냥이 포악츠비에 대해서 말씀드려볼까 해요
2010년, 제 동생의 친구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강아지를 좋아하던 강아지파였고 고양이에 대해서는 그리 특별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 녀석을 본 이후, 집으로 모시고 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지금은 저 얼굴은 온데간데 없어요....어떻게 된 걸까요?)
이름을 짓는 것부터 설렘이 시작되었어요. 위대한 고양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대한 개츠비'에서 '위대한 캣츠비'를 떠올리며 '츠비'라는 이쁜(제 기준으로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아기 고양이 츠비는 이렇게 기도도 하고, 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츠비가 저의 아가가 되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요? 저는 이내 고양이 덕후가 되었습니다. 뭐 당연한 거겠지만요. 그러다 보니, 이제 길가에서 고양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골목골목마다 냐옹이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치즈 냥이, 고등어, 턱시도, 삼색이. 길가에 사는 녀석들도 참 예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제가 냐옹 하고 말을 걸면 대부분의 길냥이들은 도망가기 바쁘지만 치즈냥이들은 경계심 하나 없이 와서 마치 오래 안 사이인 듯 얼굴을 비비면서 냐옹 거리기도 했어요. 그렇게 제 눈에 보이지 않았던 길가에 많은 고양이들이 이제 아는 고양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츠비와 함께 맞은 첫겨울, 바람은 매서웠고 마음도 꽁꽁 얼었지만 우리 츠비는 행복했습니다. 따뜻한 집과 넉넉한 음식, 맛있는 간식과 전용 꾹꾹이 이불까지. 그야말로 호화스러운 냥이 생활을 했었지요. 그때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길가의 녀석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도시를 차지하고 나서, 길가의 고양이들은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뒤져서 악취를 풍긴다. 밤에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혹은 그냥 재수 없다.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길냥이를 미워했고, 지금도 잘못 없이 미움받고 있지요.
우리 고양이는 이렇게 행복한데, 저 녀석들은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고 있구나, 똑같은 생명인데, 사랑해주면 사랑을 주는 존재인데 혹독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겨울이 싫어졌습니다. 눈도 싫어졌어요. 그렇게 저는 길가의 고양이들을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사랑이 고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캣맘이 되어 길냥이들에게 밥도 주고, 스티로폼으로 집도 만들어 주고 했지만, 길에 있는 모든 고양이를 제가 구원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약한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자체로도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변호사인 저는, 동물 자유연대의 법률지원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츠비와 또 츠비처럼 사랑스러운 길가의 모든 고양이들, 그리고 나아가 다른 동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참 좋았어요. 변호사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동물 자유연대일을 도울 때만큼은 변호사가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츠비는 제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존재입니다.
해외에 나가 보면, 고양이들이 너무나도 태연 작약하고 경계심이 없어 놀랄 때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길냥이 녀석들은 곁을 주지 않고 사람만 보면 도망가기 바쁘거든요. 친해지는데 1년 이상 걸린 적도 있어요. 물론 저는 늘 그 녀석들이 사람에게 무방비로 호감을 표시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직까지는, 이유 없이 고양이를 미워하고 학대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그래도, 최근에 동물보호법이 강화되어서 길냥이를 무차별 폭행하고 죽인 고양이 연쇄 살해범이 최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수사조차 하지 않았을 일이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저의 츠비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자랄수록 저에 대한 집착만 남고, 호양이가 되고 있어요
거의 대부분 요런 표정입니다. 하하하
멀쩡한 곳들을 다 놔두고 굳이 걸레통에 들어가 있거나
동생 하비와 이렇게 벽을 두고 대치 상황을 즐기거나
때론, 건식 사우나를 즐기기도 하죠
그래도, 제일 행복한 건 엄마 품에 있을 때에요
이렇게 아기처럼 목을 껴안는 고양이는 처음 봅니다. (다른 냥이들도 이러나요?) 사실 좀 부담.... 스러워요......
저 뚠뚠한 자태가 보이시나요? 이제 아홉 살이 된 츠비는 남다른 뚠뚠미를 과시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물론 하비 신비와는, 여전히.....) 아직, 츠비는 자기가 사람인 줄 아는 거 같아요.
노래를 잘하는 츠비, 부르면 대답하는 츠비, 포악한 츠비, 뚠뚠한 츠비, 그렇지만 행복한 츠비.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마법을 가졌으니까요. 고양이를 알게 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말랑말랑한 고양이의 발바닥 젤리처럼 마음도 몽글몽글해지고, 고양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을 때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없이도 마음의 고요가 찾아옵니다. 가끔(아니 자주) 고양이들이 멍충미를 뽐낼 때면,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고 있죠. 제 품에 안겨서 코롱 코롱 좋다는 소리를 낼 때면, 특별한 주파수가 제 몸을 치료해주는 듯 몸의 모든 근육과 긴장이 이완되면서 가만히 앉아 요가를 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답니다.
아직, 고양이를 모르시나요?
세상에 좋은 건 남들과 나누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어요?
고양이와 친해져 보시길,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느긋하게, 조금 더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녀석들이 알려줄 거예요
그럼, 또 만나자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