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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 Sep 17. 2020

나의 시, 나의 사랑, 나의 결별

태풍이 지나고 가을이 오기 전

태풍이 지나고 가을이 오기 전


든든했던 나무의 뿌리가 뽑히고

힘없이 가지들은 흩뿌려진다

바람이 할퀴고 간 자리마다

깊숙이 지켜냈던 삶의 걸음과 사랑의 기준이

모조리 뽑혀버렸다


포효하듯 밤새 으르렁거리던 비바람에

떠내려가는 모든 것들은 붙잡을 수는 없었다

매번 올 것을 알면서도 매번 피하지 못하는 것에

너는 슬퍼할 겨를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또 다시 내 안의 것들을

감추었던 두려움, 당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그 다음 시간에 대한 끝없는 막막함과 그리움을

덧칠할 시간도 주지 않고는


그렇게 살아내라고,

삶은 때로는 고통이라고 윽박지르고는

폐허가  된 마음의 바닥에

젖은 기둥 몇 개만을 남겨둔다


그렇게 가을이, 내 슬플 가을이

성큼 연이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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