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나의 사랑, 나의 결별
태풍이 지나고 가을이 오기 전
태풍이 지나고 가을이 오기 전
든든했던 나무의 뿌리가 뽑히고
힘없이 가지들은 흩뿌려진다
바람이 할퀴고 간 자리마다
깊숙이 지켜냈던 삶의 걸음과 사랑의 기준이
모조리 뽑혀버렸다
포효하듯 밤새 으르렁거리던 비바람에
떠내려가는 모든 것들은 붙잡을 수는 없었다
매번 올 것을 알면서도 매번 피하지 못하는 것에
너는 슬퍼할 겨를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또 다시 내 안의 것들을
감추었던 두려움, 당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그 다음 시간에 대한 끝없는 막막함과 그리움을
덧칠할 시간도 주지 않고는
그렇게 살아내라고,
삶은 때로는 고통이라고 윽박지르고는
폐허가 된 마음의 바닥에
젖은 기둥 몇 개만을 남겨둔다
그렇게 가을이, 내 슬플 가을이
성큼 연이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