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다익선, 길 위의 천사들
메리 추석이다냐옹~~~
그렇지만 우리 츠비는 눈 가리고 숨고 싶나 봐요
동생 냥이들의 지나친 애정표현에 지친 걸까요? ^^
오늘은 제가 사랑했던 길 위의 천사들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어요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도 너무 보고 싶네요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츠비가 아가냥이었을 때
그러니까 요만했을 때에요
츠비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저는 길가의 냐옹이들에게 눈이 갔어요
어제까지는 안 보이던 녀석들이 언젠가부터 매일매일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캣맘이 되었던 것 같아요. 동네에 모든 고양이가 내 고양이 같은 기분. 그래서 비가 오면 걱정되고, 겨울이 되면 늘 마음이 쓰였지요. 태풍이 오면 날아가지 않을까. 오늘은 또 어떤 아가 냥이가 엄마를 잃고 울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게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은 제 첫 길냥이들을 소개해 볼까 해요
10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이름이 다 생각나네요
우선 이 녀석의 이름은 짱고입니다. 우리 짱고는 엄마 냥이에게 버려져 3박 4일 동안 울고 있었어요. 대부분 길냥이들은 어미를 잃어버리고 다시 찾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함부로 아기 냥이를 줍줍하면 안 된답니다. 한번 사람 손을 탄 아가냥은 어미 냥이 다시 거두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의 짱고는 3박 4일 내내 같은 자리에서 울고 있었어요. 구조를 결심했을 때 아이는 탈진이라도 한 듯, 저의 손을 전혀 거부하지 않고 폭 안겨서 가만히 있었어요. 역시 진리의 치즈냥! 그렇게 짱고는 길냥이에서 집냥이가 되었습니다. 츠비가 하도 거부를 해서 짱고의 거처는 저희 친정으로 정해졌어요. 길가에서의 생활해서 몸도 약하고 곰팡이도 심했던 녀석을 다행히도 저의 동생들이 잘 보살펴 주어서 이렇게 씩씩하고 커다란 냐옹이로 거듭나게 되었지요
바로, 이렇게 말이에요.
그런데, 우리 짱고는 어느 날인가 창문이 열려진 베란다에 나가 방충망 창문을 손으로 열고 집을 나갔어요.... 그 뒤로 며칠 동안 가족 모두가 짱 고를 찾아 헤맸지만 동네 어디에서도 짱고를 찾을 수 없었어요... 가족 모두 너무나도 큰 슬픔에 어쩔 줄 모른 체 한참을 슬프게 보냈어요. 그래도 이제는 짱고가 길로 다시 돌아가 어디선가 자기의 묘생을 다할 때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 뒤로, 저는 길냥이를 집냥이로 만들기보다는 길 위에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을 하기로 했어요. 길 위에 모든 고양이들을 집안으로 들일 수는 없을 거니까요
요 녀석들은 제가 혜화동에서 살 때 처음 밥을 주게 된 고양이 모녀입니다. 왼쪽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친구의 이름은 스칼렛이고, 그 옆에서 편안하게 누워있는 녀석은 스시이라는 스칼렛의 딸 냥이예요. 스시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후부터 제가 돌본 냥이 었는데, 결국 스시의 아가 냥이들까지도 제가 밥을 주었었지요
스칼렛은 다산의 상징이었어요. 스칼렛은 언제나 조용했고 저의 손길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저와 친하게 지내야 된다는 것 정도는 아는 것 같았어요. 스칼렛이 몇 년 뒤에 아파서 잘 먹지 못하게 되었을 때 저는 주식 캔을 죽처럼 만들어서 끝까지 이 녀석을 돌봐줬어요. 아마도 길에서 만난 첫사랑이기 때문일 거예요. 스칼렛은 지금쯤 아마 무지개다리를 건너 고양이 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스칼렛이 문득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요 녀석의 이름은 일등이 입니다. 코에 도장을 찍은 듯한 무늬가 매력적인 고등어였어요. 이 아이는 처음 만난 날부터 골골 송을 부르고 제 손에 쓰윽 쓰윽 얼굴을 비비면서 친화력을 뽐냈어요. 늘 길냥이들 밥을 주는 골목에서 일등으로 만나는 아이여서 이름을 일등이로 지었답니다. 우리 일등이, 정말 귀엽죠?
어느 겨울날, 너무나도 추웠던 겨울날, 스시를 제 집 베란다에 들였어요. 박스 안에서 마치 제집처럼 잠을 자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이네요. 그렇지만 스시 요 녀석은 끝까지 저의 손길을 거부한 삼색이에요. 물론, 그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세상에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정말 많으니까요. 아무랑이나 친하게 지내다가 봉변을 당하는 것보다야 까칠한 감성을 유지하는 것이 낫지 않겠어요?
이날은 스칼렛과 스시와 저 뒤태를 자랑하는 까망이가 모두 베란다에서 만찬을 즐겼던 날인 거 같아요
그래도 길냥이들 중에서는 행복한 친구들이 아니었을까요?
엄마와 딸 냥이가 함께 살고 친구 고양이들도 충분한 먹이 덕분에 다투지 않고 함께 어울리며 잘 지냈거든요
저기 다리를 모으고 꼬리로 착 감아서 전형적인 고양이 자세를 하고 있는 친구가 바로 턱시도 까망이에요. 요 녀석 얼굴이 정말 미묘였어요.
요렇게 차 밑에 있었던 삼색이도 있었지요
까망이의 귀가 약간 잘려 있는 것이 보이시나요? 바로 중성화를 했다는 표시예요. 구청에서 길냥이들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들을 포획해서 중성화 수술을 하고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거든요. 우리 까망이 그렇게 중성화 수술까지 마친 길냥이였습니다. 다소곳한 모습이 너무너무 이쁘죠
요렇게 카메라를 보고 있는 친구의 이름은 소심이에요. 늘 정말 소심하게 살금살금 다가와서 눈치를 보면서 밥을 먹고 갔던 친구라 이름을 소심이라고 지었어요. 까망이와 소심이, 스시와 스칼렛 모두 한가로운 식사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까망이와 스시는 한 배에서 나온 친구들은 아니지만 정말 절친이었어요. 길냥이나 집냥이나 박스를 사랑하지 않는 고양이는 없는 것 같아요. 둘이 다정히 박스 안에서 오침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네요
정말 오랜만에 녀석들의 사진을 찾아보았어요.
이 집을 떠나면서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없어지면 이 녀석들은 어떡하나, 내가 괜히 밥을 줘서 길 생활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못 배웠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미안함에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이 아이들과 함께 했던 3년여간의 시간 동안 아이들이 배고프지 않고, 덜 춥게 그래서 더 행복하게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 뒤로도 저는 이사 가는 곳마다 길냥이들의 친구가 되고 있어요. 어느 골목에나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보인다는 것은 사소한 골목길도 행복한 길이 되게 한답니다.
오늘따라 스칼렛 스시 욕심이 일등이 까망이 소심이, 미미.. 저의 오래된 길 위의 친구들이 보고 싶네요.
언젠가 고양이 별에서 다 같이 만나자냥~!!!
길 위의 고양이들을 사랑해주지 않으셔도 돼요
마음속으로 싫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그렇지만, 밉다고 발로 차거나, 쥐약을 먹이지는 말아주세요
어쩌면 길냥이가 우리의 공간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의 집인 길을 빼앗은 건지도 모르니까요
냐옹~하면 냐옹~하고 답해주는 녀석들은
오늘도 사랑입니다~~
그러면 다들 즐거운 추석보내시라냐옹~~~
우리 짱고도, 추석 잘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