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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ive Feb 03. 2019

공무원 시험, 상담편 3. 자존감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길...

설 명절,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날씨는 흐리고 비도 오고, 영 기분이 좋지는 않을 날씨입니다. 거기다 어쩌면 누군가는 가기도 싫은 시골에서 집안 어른들의 '충고'라는 이름의 '비수'들을 가슴에 꽂고 있으실 수도 있겠네요. 제가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독학생들은 그게 피곤합니다. 정말 안 가고 싶은데 집안에 있는 백수가 집안일에 얼굴을 코빼기도 안 비추긴 눈치가 보이죠. 노량진이면 학원 수업 있다는 핑계라도 대고 안 올라올 수도 있지만요.


그런 여러분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우중충한 날, 따뜻한 차를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오늘은 나름 제가 생각하는 '공시생의 자존감'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쉽지 않겠지만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명절만 되면 많이 들어오는 내용이거든요.


안녕하세요, 공시생활을 오래 하다가... 올해도 역시나 가기 싫은 시골에 와서 답답한 마음에 보내봅니다.  1년 차, 2년 차, 3년 차... (중략) 처음의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정말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거 같아 보이기도 하고, 같은 또래 사촌 형/누나/동생들도 하나씩 큰 기업이나 좋은 자리는 아니어도 취업을 하는 모습에 제 모습이 너무 작고 초라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막상 이제 와서 다른 길로 돌아가자니 도망치는 거 같아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제 자신이 점점 한심하네요. 공무원 시험은 내가 열심히 하면 빛을 볼 수 있는 거라는 헛된 희망을 가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중략) 같은 공시를 했던? 친밀감 때문인지 저 원래 철벽 엄청나거든요. 외부인에게.... (영어  실력은 아~~주 다르고 결과도 아~주 다르지만 ...)  바쁘실 텐데 읽으셨을지 안 읽으셨을지 모르겠지만 감사해요 ^^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후련해졌어요. - 2018년 추석 무렵, ID:aldoegh** 님으로부터 

제 2017년 설의 얘기부터 한번 해 보죠. 저희 사촌들은 안타깝게도 다 너무 잘났었습니다.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학교를 나왔고, 다들 좀 유별난 면이 있어 어지간히 이름 있는 기업으로 남들이 보기에 '잘 풀려서' 쉽게 취업을 한 케이스입니다. 거기다 심지어 제 친동생은 애초에 서울교대였으니, 무난하게 취업은 되겠거니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저는요? 처음으로 학원을 때려치우고 '백수'타이틀을 가지고 맞는 첫 해였습니다. 저보다 잘난 사람들 천지인 곳에 갑자기 뚝 떨어진 백수의 마음이란 상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연휴 2일차가 되는 날, 마음속에 매우 논리적이지만 굉장히 심사가 뒤틀린 친구가 눌러앉았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친구였죠. 마음속에서 누구보다 큰 소리로 자기주장을 펼칩니다. '에휴 멍충아, 이제 와서 네가 무슨 공부를 한다고... OO이 봐라 너보다 2살이나 어린데 벌써 L*전자 취업해서 어른들 용돈도 챙겨드리고, 얼마나 보기 좋냐?' '넌 정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인생을 살았어.' 라며 제가 한 소소한 노력들을 정말 무자비하다 싶은 정도로 깎아내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객관적인 자기비판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늘 결과가 좋지 않기에 그것을 가려내는 기준은 언제나 갖고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이런 독함만이 있는 자기비판을 듣게 되면 '아 그래, 어차피 생이라는 것이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거라는데...'라는 생각으로 끝을 내버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신적인 건강에는 좋을 수는 있으나, 본인을 둘러싼 세상이 너무 끔찍하고 무서운 곳이라는 망상이 계속 머릿속으로 자리 잡히면서 공부만이 아니라 본인 삶에서 부정적인 것만 보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GQmdoK_ZfY

좀 유명한 실험이죠. '보이지 않는 고릴라'실험.  공만 보다가 어쩌면 지나가는 고릴라를 못 볼지도 몰라요.


이런 생각을 갖다가 아무 생각 없이 타짜라는 영화(명절에는 꼭 한 번씩 보게 되는 영화더라고요 전... tv 돌리면 한 번씩은 보게 됩니다.)를 보게 됐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화투를 치는데 항상 나한테만 패가 불리하게 나온다면 그 게임은 조작이 아닐까?' 좀 바꿔 말하면 인생이라는 화투가 나한테 항상 불리하다면, 나도 모르게 이 게임을 나한테 불리하게 조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연휴 2일 차였고, 다음날부터 '너보다 잘난 사람은 훨씬 많아'라는 목소리에 '그래, 모든 게 부질없는 짓이지'라는 대답보다는 'XX 그러면 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이 뭐가 있냐?'하고 화를 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다시 보면 신기하게도 그렇게나 논리적으로 보이던 제 마음속에 있는 삐딱한 친구 말에 논리적인 오류들이 몇 개가 보입니다. 


일단, 애초에 아무리 친척이라고 해도 우리가 그 사람의 모든 면을 알고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엄청난 기업에 들어가도 시골로 올라오기 전인 어제 남자 친구와 대판 싸웠을 수도 있고, 그 사람 나름대로 안 풀리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 게임, 그것이 삶이든 공시든 단판제가 아닙니다. 물론 1년의 기간을 다시 인내해야겠지만, 지방직, 국가직, 서울시 등 아무리 비주류 선택과목을 해도 적어도 3번의 기회가 있으니 만으로는 1년도 안돼서 다시 기회가 주어집니다. 7급도 같이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요. 마지막으로 그 친구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성공/실패'라는 2가지 개념으로 나눠질 정도로 우리 삶이 그렇게 단순하고 촌스럽지 않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면, 아까 그 논리적이고 삐딱한 친구를 다시 소환합니다. 대신 이번에는 제가 먼저 질문을 합니다. '야, 그래서 뭐가 문젠데? 내가 이거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야? 아니 애초에 너 이거 고치자 하면 고칠 수 있어?'라는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셋 중에 하나가 '아니오'라는 답이 나오는 문제면 (ex. 일단 지금 집에서 나가 딴 데 공부하고 싶어.---> 평창은 나가도 갈 카페가 없음.) 과감히 눈을 돌리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면 됩니다. 그쯤 되면 그 삐딱한 친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니까 봐봐.... 어쨌든 올해 우리가 이 지옥을 벗어나야 하는 건 맞잖아. 에헤이... 앉아봐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도와줄게 같이 좀 해보자. 나도 잘해볼게.... 이번 명절 잘 보내면 끝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자.'  그쯤 되면 그 친구도 반신반의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로 뭘 해야 할지를 불러줄 겁니다. 여러분에게 뭐가 부족한지는 너무 잘 알거든요. 여러분이 그런 상황에서 공부를 하기가 힘들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 친구가 하라는 거 한두 개씩만 하고 나면 뭐라 부르기 힘든 뿌듯함이 생깁니다. 그렇게 죽어있던 자존감이란 녀석이 다시 살아납니다. 그리고 명절 끝나갈 때쯤에 맛있는 거도 사주고 그러시면 확실히 기분도 좋아지고 할 겁니다. 타인과 비교하면 자신이 작아지는 문제도 많이 해결될 거고요. 


그렇게, 흔히들 말하는 '남이 아닌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하루를 보내'게 되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합격 때까지 명절에는 가슴을 펼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마음이 상처를 입지는 않을 겁니다. 



*명절 공부의 방법론적인 부분은 '공무원 시험, 필기편 11. 명절을 보내는 지혜'에 들어있습니다. 같이 보면 좋아 보이네요.  


*매주 공부 일정표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며 (매번 조언을 얻는 합격생 동기 여러분 감사합니다.) 대대적으로 개편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주 차까지만 써놓고 접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조잡한 글이었고 정리가 안된 느낌이 있다는 것은 저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노량진에서 공부하지 않아 대부분의 수험생들에게도, 심지어 비슷한 처지였다고 생각했던 독학하는 사람들도 다들 상황이 다르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하고요. 조금 더 다듬은 뒤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꿔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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