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시촌놈입니다. 말도 없이 글을 끊었다가, 약 1달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저번 글에서 말한 것이 씨가 되었는지 (저번글 '공무원 시험 상담편, 4. 왜 공무원 준비를 하시나요?' 참고.) 정말로 통영 바닷가 앞에 발령이 나버렸기 때문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창원지검 통영지청을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여러분들은 1주 남짓 남은 국가직 시험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셨겠고, 저는 이사부터 시작해서 업무적응까지 여러 일로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습니다. 사실 아직도 이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습니다.
강원도 산골 촌놈이 하루 아침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남쪽이라고 볼 수도 있는 통영에 오는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저래? 그래도 연고지 배려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라고 발령에 대해 의문을 품으시는 분들. 이런 사람도 있음을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바로 저번 글을 올린 후 이런 류의 e메일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개 막내가 그런 거를 알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만, 이거는 제가 겪은 일이기에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예, 연고지 그런거 상관없이 발령을 받는 경우가 있긴 있습니다. 이걸 면하고 싶으시면, 연수원에서 공부 열심히 하셔야겠습니다. 지금 당장 눈 앞에 있는 필기시험도 마찬가지로 잘 보셔야 합니다. 합격도 합격이지만, 검찰직의 경우 지금 여러분이 볼 시험 점수가 나중에 연수원 점수에 합산이 되어 발령지에 영향을 줍니다. (근데 일단 이건 나중 얘기고, 합격부터 하는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하겠죠?)
이렇게나 중요한 공무원 시험의 가장 중요하고, 꽃이 피기 직전이라 볼 수 있는 순간, 공무원 시험 1차 필기 시험이 이제 1주 남았습니다. 그래서 제 메일통에 체크를 하지 않은 사이에 가장 많이 쌓인 질문은 '시험 한 달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뭘 준비해야 될 지도 모르겠고, 정신이 날아갈 거 같아요.'부터 오늘 온 메일함에는 ' 시험 일 주일 전, 무엇을 해야 마음이 편해질까요?' 였습니다. 늦었지만 이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시험 하루 전 이야기나 기타 등등의 이야기는 전 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시험이 코앞에 다가오면 일단 불안합니다. 시중에는 마무리 정리 문제란 이름으로 이런저런 자료들이 홍수를 이룹니다. 그리고 좀 어렵네? 싶은 문제들이 섞여있는 문제들이, 혹은 그와 관련된 자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걸 받아들고 공부하려 하는 수험생들의 얼굴은 까만 밤보다 어둡습니다. 누가보면 한 사흘 밤낮을 잠도 못 자고 열공한 사람들 같은 얼굴입니다. 실제로는 마음이 어지러워서 1일 10시간은 커녕 7시간도 집중을 못하고 있는데 말이죠. 나는 도대체 1년 동안 뭘 한거지 싶기도 합니다. '정보 과다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고 길을 잃어버리는' 수험생들. 이제는 낯설지 않은 우리의 모습입니다. 가장 빠지기 쉬운 수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잠깐만 마음 속에 정지 버튼을 눌러놓고 잠시 생각해보죠. 지금 우리가 적어도 10시간 이상 공부를 안한 적이 있었나요? 없었다면, 왜 우리는 불안해 하는 걸까요?
학원가의 선생님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발언은 아니지만, 이 문제와 자료, 솔직히 '그렇게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당연히 상위권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자료일 수도 있습니다. 만에 하나의 불합격 가능성도 없애주는 자료들입니다. 다만, 초시생들에게는 자신이 정리해오던 내용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러면 대다수를 차지하는 초시생들의 마음은 어지러워집니다. ‘마지막 일주일’ 등의 광고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1차 목표는 필기성적 커트라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지, 올백이 아닙니다. 기존에 자신이 보던 자료를 토대로 차분한 정리를 부탁드립니다. 지금 시점에서 과도한 학습 스케줄은 컨디션 저하 뿐만 아니라 학습효과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냥 우리는 오늘 하루하루에 충실해지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1번하고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하루하루 충실하게 뭘 해야 하는데?' 라는 질문의 답은 사실 뻔하지만 하기 힘든 겁니다. 'Back to the basics', 기본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새롭고 어려운 문제를 보면서 불안해 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기본개념 정리나 요약집 정리 위주로 심혈을 기울이는 등, 기본에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렵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기존에 쭉 봐온 기본서를 1회 정독하고 그동안 쳐온 모의고사나 중간 평가 내용 점검문제들을 살펴 보는 것. 대신에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문제와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하셔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더하는 공부가 아니라 빼는 공부를 해야합니다. 무리하게 공부범위를 넓혀서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고, 틀린 문제를 꼼꼼히 보고 실수를 최소화 하는 것. 이 때 요긴하게 쓰는 것이 오답노트죠. 어려웠던 내용 위주로 키워드를 체크하고, 모의고사 결과를 보면 자신의 어떤 문제에 취약하고 어떤 문제에 편한지도 견적서가 나옵니다. 그러면 다른거 다 제쳐놓고, 취약한 부분에 집중해 남은 마지막 기간 동안 최대한의 능력을 끌어올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내용을 A4지에 옮기시면 됩니다.(그러면 이게 예전에 말한 시험장에서 볼 자료가 되는 겁니다.) 제대로 합격권에 들어갈 만큼 본인이 열심히 했다면 1~2장을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혹시 정리된 내용이 없어서 볼 것이 마땅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출문제라도 쭉 훑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이쯤되면 밤마다 ‘내게 일주일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니 하루만 더 있었으면…….’ 이라는 생각, 시험이 목전으로 다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봄직한 생각입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미 아시다시피 저 감정에 휘둘려서 잠도 못자면 그건 저희의 손해입니다.
차라리 ‘아 몰라, 떨어져도 괜찮아. 난 할만큼 했어, 이게 내 최선이야. 어차피 시계를 돌릴 수 없는데, 잠이나 자자. 내일 또 아침부터 공부해야하는데 피곤해.’ 정말 시험에 탈락해도 괜찮은 건 아니겠지만 차라리 이게 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마음가짐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이 쏟은 노력과 정성은 절대 적지 않습니다. 자기에 대한 믿음과 사랑같은 거창한 것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자는 말입니다.
이러다 보면 이제 잠은 좀 오실 거고 슬슬 올빼미 분들은 아침형 인간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습관으로 흔히 말하는 '뇌 활성화' 작업을 해야합니다. 본인이 아무리 밤에 공부해야 잘 하는 스타일이어도 이 일주일 만큼은 그런거 없습니다. 시험 시간은 오전 10시입니다. 그 시간에 아직 졸린 상태라면, 시험에 가망이 없습니다. 수면 후 뇌가 기능을 되찾기까지는 2~3시간이 소요된다 합니다. 시험당일의 스케줄을 감안해, 시험보기 7일 전부터는 7시 이전에 기상해서 8시 부터 정상적인 학습에 들어갈 수 있는 습관을 만드셔야 합니다. 일어나서 영 공부가 안된다면 가벼운 운동이라도 하시면 될 겁니다.
한자, 단어, 생활영어는 시험 전날까지 조금씩(많이 말고) 챙겨가셔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저 세가지 파트는 언제나 알면 대박 모르면 쪽박인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머리 속에 저 데이터 베이스를 갖고 들어가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확실합니다. 간혹 마지막 정리에 혼신의 힘을 쏟은 나머지 단어와 한자, 그리고 생활영어를 마지막 1달 정도에 아예 놔버리시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 뇌라는 것이 간사해서 막상 시험장에 가면 그것들이 '낯설게' 느껴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기억을 못하는 것은 아닌데 내 눈과 몸이 반응을 못하게 되는, 그런 이상한 경험을 할 수가 있습니다. 고로 '문제가 낯설지 않게만 느껴질 정도'로만, 속칭 '눈에 바른다' 정도의 상태로만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일주일, 공부가 안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꽃피는 3월을 기다리는 지금, 그 누구보다 흐드러지게 꽃 피울 때만을 기다리는 이들이 여러분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저는 행운아네요. 저희 집은 지금 눈이 오고 있거든요. 작년에도 이맘 때쯤에 강원도는 여전히 추워서 꽃은 볼 수 없었고, 덕분에 저는 흔히들 말하는 '봄을 탄다'라는 심리변화가 없었습니다.
지금 입술이 타들어가고, 가장 긴장되고 조바심이 날 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면접날보다 전 필기시험 때 더 긴장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셨고요. 장거리 마라톤을 하듯 달려왔을 수험생들에게 시험 전 7일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여기서 이 긴 마라톤의 마침표를 찍을지, 아니면 잠시 찍는 쉼표가 될 지 모르는 갈림길이니까요. 효과적인 마무리로 이 시기를 보낸다면 꽃이 만개에 더 가까워질 것이고, 자칫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 아쉽지만 다음 봄을 기다리며 조금은 더 긴 겨울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준비한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다음주, 이 글을 보시는 약 300명의 여러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