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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ive May 20. 2021

9~10.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1~2권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다

     이 책은 아버지의 방에서 가져온 책이다. 느낌 가는 대로 책을 고르는 나와는 다르게 아버지는 책을 한번 일단 읽어보시거나 적어도 중간중간 내용을 서점에서 꼼꼼히 보시고 구매를 하시는 분이라, 보통 아버지가 집에 들여놓는 책은 실패가 없는 책이다. 한동안 일 때문에 책을 조금 덜 사시던 아버지가 오랜만에 사놓으신 책이라 무언가 반갑고 해서 강원도에서 슬쩍 빼왔다.

 

     이 책은 한국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신문사 칼럼이다 보니, 그때 당시는 현재였겠지만 지금은 과거인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고, 가끔은 약간 정치적인 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정치적인 색에 대하여 민감하신 분은 2권만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얘기는 할 수 있지 않나 싶은 수준이었다.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몇 가지 이야기가 하나로 엮어지는 것이다. 분명 처음에는 과학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어느 순간 한 가지 원리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과학자가 이렇게 글을 쓰면 이거는 반칙 아닌가 싶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동시에 인간적인 시각이다. 작가 본인의 말대로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삶의 태도'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위에서 말한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통찰하는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과학자의 독특한 통찰과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과학적 사건들과 조우하고 있는지, 그리고 일반인들은 감히 쳐다보기조차 어려울 만큼 ‘높은 분’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는지를 과학의 눈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것을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어서 모처럼 과학책 중에 마음 가볍게, 빠르게, 그것도 지하철에서 완독을 한 책이다. (사실 나도 내가 집에서 따로 시간을 안 내고 지하철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이 설마 과학책이 될 줄은 몰랐다.) 가볍게, 긴장 풀고 읽을 수 있으면서도 아무 때나 읽을 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책 속에서 


    대화의 기본은 팩트와 스토리를 구분하는 것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내가 머릿속에서 지어낸 스토리인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 스토리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먼저 팩트를 이야기하고 확인해야 대화가 된다. … (중략) … 팩트에 기초하지 않은 스토리는 대개의 경우 무익할 뿐만 아니라 유해하다. 과학은 의심하고 질문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것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156p.)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원소가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있는 원소로 완벽한(?) 주기율표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달랐다. 자신의 주기율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마이어는 빈칸은 빈칸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멘델레예프는 자신은 아직 모르지만 빈칸을 채울 원소가 반드시 있으며 언젠가는 발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기율표 하면 멘델레예프를 떠올린다. 그의 아이디어가 아직도 통용되고 있고,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겸손과 함께 언젠가는 그 자리가 채워질 것이라는 직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후배 과학자들은 101번 원소에 멘델레븀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여 멘델레예프를 기리고 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18p.)


     과학은 쉬운 게 아니다. 쉬워서 하는 게 아니라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깨달을 때 그리고 뭔가 새로운 것을 알아내고 만들었을 때 재미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발견과 지식이 이 세상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한다. 우리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 재밌으면서 의미가 있고 또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하지 않은가. 여기서 말하는 불확실성이란 애매모호함이 아니다.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 아슬아슬함을 말한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62p.)


    하루살이 수컷은 겨우 15시간 정도밖에 못 산다. 짝짓기하기에 한참 시간이 모자란다. 그래서 입도 없다. 먹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런 하루살이 수컷마저도 잠은 잔다. 잠은 어떤 선택 사항이 아니라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뜻이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110p.)


    꼬마들에게 역할극을 시키면 높은 지위의 역할을 맡은 아이들이 화가 난 표정을 짓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화난 표정을 한 사람이 더 힘이 세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성인도 일부러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60p.)


명랑한 사회가 되려면 미래 보상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시민, 특히 젊은이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157p.)

 

하마 똥은 강과 호수에 사는 물고기와 곤충의 영양분이 된다. 물고기는 다시 새와 사람들의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건기가 되면 하마 똥 때문에 호수에 산소가 부족해진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다. 괜찮다. 독수리와 악어가 깨끗하게 청소해준다. 그리고 다시 우기가 찾아온다. 생태계는 이렇게 돌고 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268쪽)


뇌에는 '분노 센터'가 없다. 그래서 연구가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분노가 시작되는 지점은 밝혀졌다. 딱 복숭아씨처럼 생겼다고 해서 '편도체'라고 부르는 곳이다. 편도체에서 시작된 분노의 날감정이 몇 밀리초 만에 뇌의 가장 바깥 부분인 겉질로 전달된다. 그러면 겉질은 자기가 왜 화가 났는지 설명한다. 그러니까 화가 먼저 나고 화가 난 이유는 그 다음에 설명하는 셈이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1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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