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한 해의 마지막을 같이 하면 좋을 책

by MinChive

2021년이 다 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각자 다른 모습으로 2021년이 기억되고 기록되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최고의 해였을 것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최악의 해였을 것이다. 다만 모든 해가 그랬듯, 사람의 특성상 아쉬운 부분들을 먼저 생각한다. 더 많이 사랑할걸, 더 제테크를 철저히 할걸, 망할 운동을 더 많이 할걸. 생각해보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그럭저럭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도 매년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 보인다. 몇 년 전부터 생겨난 신조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은 이러한 생각이 극한으로 치닫은 결과물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런 우리에게 심심한 위로가 될 책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이다. 저자 매트 헤이그(Matt Haig)는 영국의 유명 소설가이자 동화 작가이다. 20대 초반에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으나 가족 등의 도움으로 극복한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의 건강에 관련된 책들을 써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경험이 많이 반영된 소설이다. 집필 초기엔 주인공이 남자였으나 저자 자신과 지나치게 동일시되는 문제로 인해 여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양자역학의 다중우주 이론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섬세한 묘사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동화 작가의 소설답게 어려운 심리학적/철학적 주제를 구체적이고 쉬우면서도 흥미있게 풀어나간다. 지난해 8월 영국에서 출간되어 세계 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단순하다. (스포를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짧게 설명을 하자면) 주인공 노라 시드는 자신의 인생에 불만을 가지고 집에서 자살을 시도했고, 눈을 뜨니 사방에 안개가 깔린 장소에 와 있었다. 그곳에는 작은 슈퍼마켓 크기의 도서관이 있는데 시간이 00:00:00에서 흐르지 않는다. 초록색의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에는 생전 사서였던 엘름 부인이 있다. 이곳에서 엘름 부인은 노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엘름 부인이 말하는 바에 의하면 삶과 죽음 사이에는 거쳐가는 중간 지대가 있는데, 이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고 한다. 노라의 경우 '도서관'인 것이다. 이곳을 '자정의 도서관(Midnight Library)'이라고 부르고, 자정의 도서관에 꽂힌 책들에는 내가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가 담겨 있다. 따라서 책을 펼치면 그 선택을 한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삶들을 경험해 본 노라는 결국 자신의 원래 삶이 행복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도서관이 붕괴되면서 노라는 현실로 돌아온다.


앞서 소개에서 말했듯, 이제는 마블 영화 덕에 우리에게 익숙하고 그래서 다소 예상이 되는 다중우주 개념을 사용한 전개와 결말이기는 하지만, 각 생에서 다른 선택을 하였을 때 살았을 인생에서의 노라의 모습, 그리고 한 생을 경험할 때마다 변화하는 노라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인간이 무한한 가능성, 새로운 길, 새로운 세상을 이루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준다. 특히, 안타깝지만 우리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 전염병이 사람간의 오프라인 소통을 막고 있고, 가장 손쉬운 소통창구는 sns인데 이 곳은 공허한 자기자랑과 비교의 장이 되었다. 사회는 말도 안될 정도의 자기계발을 요구하며 우리한테 일정 수준이 안된 넌 패배자라고 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한 해독제가 될 만한 이 책을 눈보라가 몰아치는 연말에 조용히 추천해본다.




"노라 시드는 누구지? 그녀가 원하는 것은 뭘까?" - 226p.


"체스에서 한 번이라도 이기려면 무언가를 깨달아야 해" 이것이 노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듯이 엘름 부인이 말했다. "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넌 그걸 깨달아야 해. 체스판에 폰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경기는 끝난 게 아니야. 넌 그걸 깨달아야 해. 체스판에 폰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경기는 끝난 게 아니야. 한 사람은 폰 하나와 킹 하나만 남고, 다른 사람은 기물이 다 있어도 경기는 아직 진행 중인 거야, 설사 네가 폰이라고 해도, 아마 우리 모두 그럴테지만, 넌 폰이 가장 마법같은 기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폰은 가장 하찮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폰은 절대 폰이 아니니까. 폰은 차기 퀸이야. 넌 그저 앞으로 계속 나아갈 방법만 찾으면 돼.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 반대편 끝에 도달하면 얼마든지 다른 기물로 승급할 수 있어." - 269p.


이 도서관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까지 노라가 선택했던 삶은 사실 모두 다른사람의 꿈이었다. 결혼해서 펍을 운영하는 것은 댄의 꿈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는 것은 이지의 꿈이었고, 같이 가지 못한 후회는 자신에 대한 슬픔이라기보다 단짝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 276p.


그녀에게 가능한 모든 인생의 씨엇이자 시작인 진실. 예전에는 저주였으나 이제는 축복이 된 진실.

다중우주의 잠재력과 힘을 간직한 간단한 문장이었다.

나는 살아있다. - 385p.


"있잖아 오빠. 인생은 이해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사는 거야.". -3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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