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상상해본 직업이 없어져버린 '나'
첫 시작은 뜬금없지만, 2021년부터 2022년 5월까지 아주 뜨거웠던 뉴스에서 시작되었다. 그 뉴스는 바로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이었다. 나는 그 법안의 논의가 시작될 때 검찰청에 입사하였고, 발의부터 통과까지 일련의 과정을 겪은 검찰직 공무원이다. 누군가는 우리 조직의 핵심이 되는 권리를 지켜야 한다며 직장 내외로 울부짖었다. 검찰 내부 커뮤니티에서는 윗분들이 쓰는 글이 하루에 몇십 건씩 올라왔는데, 가장 내 마음을 후벼팠던 한줄은 늘 끄트머리에 등장하는 '이제 막 들어온 9급 수사관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라는 선배 수사관들의 이야기들이었다. 처음으로, 공무원 주제에 처음으로, 새삼스럽게 '내 밥벌이'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공직사회는 뉴스에서 나오는대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 중 우리 회사는 이름값만큼이나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런 곳에서 버티고 버틴 사람들에게 나오는 얘기가 겨우 '미안하다'라니, 윗대에 대한 원망보다는 허망함이 먼저 찾아왔다. 생각해보니 이걸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매일 겪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올라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을 떼어낸 나라는 사람에게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많은 주변 친구들은 '너 그거 고민 안 하려고 공무원 된거잖아? 그래서 그 월급과 그 생활을 견디면서 살고 있는거 아니야? 뭐 이제와서 퇴사라도 하게?' 그래, 아무리 그래도 퇴사는 아니긴하지라며 답하기는 해도 속이 쓰렸다.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법무부 산하의 다른부서에 뿌려질(교정직, 출입국 관리직, 보호관찰소 등) 내 모습을 이미 상상해버렸다. 정권에 따라 휙휙 바뀌는 회사의 모습을 봐버렸다. '아, 진짜 인생에 뭐 하나 쉬운게 없네'하며 언젠가 다시 재현될지도 모를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결국 뭐라도 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느 날 '너 아니어도 시킬 사람 많아, 나가려면 나가시든지' 라는 말을 들을 때 대책없이 나갈 수는 없다. 이게, 결국 조직 안에서 나를 지키고, 필요할 때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한 준비리라. 그래서 정했다. 다시 펜을 들기로. 그나마 잘하는 걸로 승부를 보기로.
* 이 글은 혼자 자격증 공부를 시작한 어떤 직장인이 공부하며 느낀 것을 최대한 가감없이 쓴 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