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할 수 있을 때 해야한다는 말이 생기는 이유
직장인은 여러모로 전업으로 시험을 공부하는 공시생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직장 다니며 공부 1년차 가장 크게 느낀 새삼스럽지만 당연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월급은 통장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부정할 수 없는 팩트지만 그래도 이 월급으로 인해 어쨌든 우리는 방세도 내고,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이 얘기를 조금 틀어보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 '올해 이 시험이 아니더라도 괜찮아. 내년이 있잖아.' 이런 얘기를 내가 공시생일 때 할 수 있었을까? 절대로, never. 저런 생각으로 시험을 치는 사람은 공시생하면 안된다. 당장 하루하루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몰아치는 것이 공시생이다. 그때는 내가 오늘 죽더라도 책상 위에서 죽겠다는 마음가짐으로 10시간, 11시간을 공부한다. 그리고 그 사실이 유일한 삶의 보람인 것처럼 뿌듯함을 느끼며 이불로 들어간다. 그게 공시생이다.
반면에 직장인은 다르다. 목이 상대적으로 덜 마른 이들이라서 우물을 파는 속도가 저절로 느려진다. 어떻게 보면 그럼 천천히 가면 되는거 아니냐 하겠지만, 누가 시험공부를 2년, 3년 하고 싶겠는가? 되도록이면 1년안에 붙어야 중도포기도 안 하고 붙을 확률이 높아진다. 절실함이 없는 자격증 공부는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매년 서너배씩은 올라간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를 간단하게 9 to 6 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하루를 그려보자. 알람이 울린다. 아픈 머리를 쥐어 싸매며 어제 회식 때 내가 몇 잔을 말았더라... 하면서 일어난다. 9시가 되면 대용량 엑셀과 ppt가 우리를 기다린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가능하면 미룰 수 있는 한계점까지.'라는 직정인 공통 습관(나만 그런가?) 덕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적절하게(?) 쌓여 있다. 중간에 짬시간은 쉬기도 벅차고, 그 쉬는 시간도 운이 없으면 생기지 않는다. 공기관의 후진 컴퓨터 때문에 가끔 '알 수 없는 오류 발생'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순간 컨트롤+s를 마지막으로 누른게 언젠가 하면서 식은땀을 흘린다. 안 눌렀다면 야근이라는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 친구는 노을이 지고 밤하늘에 별이 뜰 때까지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이 서류가 새끼쳐서 저 서류를 낳은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때쯤 우리는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고 씻고 정신을 차린다. 시계를 보니 8시. 그나마 월~수까지는 의식을 차리고 공부가 가능하지만, 목요일부터는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다. 즉, 평일 기준 하루에 4시간만 공부해도 거의 기적에 가깝다 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직장에서의 고된 하루를 보내고, 공부를 하려고 하면 이미 정신적/신체적으로 어느정도 고갈된 상태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근데 문제는 우리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이다. 일찍 직장에 들어가신 분들이 아니시라면, 대부분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직장에 들어간다. 즉, 이제부터는 체력적으로 '관리'를 안하면 신체적으로 힘들다. 아니 힘든걸 넘어서서 '무너진다.' 힘든게 아니라 몸으로 진짜 이상반응이 온다. 나같은 경우 급격하게 살이 쪘다. 주변에 얘기를 들어보면 나처럼 과체중, 탈모, 혈압부터 시작해서 가지각색의 질병들이, 혹은 질병이 아니더라도 몸에 이상증세가 보인다. 그러다보면, 일단 공부보다는 몸이 우선이 되기에 공부는 요원해진다. 아니 요원해져야 한다. 공부는 둘째 문제고 일단 나의 건강이 첫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