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집밥
https://www.youtube.com/watch?v=PZ1FeDkKj1c
김범수 -집밥 MV
처음 친구들을 불러 집들이를 했을 때 받은 휴지가 떨어졌다. 늘 고맙지만, 다들 집들이 선물하면 클래식하게 세제/휴지밖에 없던 상상력 빈약한 친구들 덕분에, (세제는 다 쓴 지가 오래됐다.) 상표별로 쌓이던 휴지를 보며 '이거 다 쓰고 이사갈 수 있을까?' 싶어 한숨을 쉬던게 얼마 안된거 같은데 벌써 2년 반. 뭔가 기분이 묘하다. 아, 서울살이가 만만치 않다고 빌빌대더니 그래도 어떻게 여기까지 끌고 왔구나, 아니 끌려온건가?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 안에서 먹먹한 것이 체한거마냥 올라왔다. 학교 기숙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 때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진짜 혼자는 이런건가.
2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바쁜 속도에 치이기도 했고, 나름 30대로 접어드니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으며,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가정을 꾸리면서 외로움이라는 새로운 친구가 내 방에 들어앉기도 했다. 물론 그 와중에 직장 서바이벌에 적응하여 어느정도는 이제 직장에서 내 몸을 지킬 수 있게되고, 이제는 독립 초기에 느꼈던 많은 유혹들에서 나를 컨트롤 하는 법을 배웠고, 외로움을 친구삼아 홀로 있을 때의 자유함을 느끼기도 했다. 대부분 우울했지만 때때로 행복했다. 어디서 잃는 것이 생기면, 어디서 채워지는 것이 이치라는 말, 요즘은 부쩍 신빙성있는 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사람이 수없이 쓰러지기를 반복할 때, 일어서게 해주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는 아무리봐도 '가족'이다. 사람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감정에 빠질 때가 있다. 불로 들어가면 타죽을게 뻔한데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불나방같다. 그 불구덩이에서 나오는 키는 대부분 가족이다. 가끔은 날카로운 말로 늘 티격태격하지만, 아무리 내가 찌질해도 내 편인 사람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쓰러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노래는 가끔 그 따뜻함과 뭉클함이 느끼고 싶을 때, 혹은 제목대로, 밥 먹을 때 틀어도 꽤나 어울리는 노래다. 이무진이 커버한 버전도 꽤나 잘 나왔다.
오늘은 오랜만에 방을 치우고, 평일에 아무 이유도 없이 집에 전화를 걸어볼까 싶다. 주말 아니면 전화도 안 하는 무심한 아들내미를 기다리는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