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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ive Dec 23. 2022

검찰청 설계도 1. 배치표가 두 장이네요?

검사실과 사무국, 그 차이에 대하여 (feat. 민원전화)

*본 이야기는 제가 근무하는 청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각 청마다 업무분장에 따라 세부 내용은 다소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배치표가 두 장이네요?

   "선배님, 배치표에 없으신 분들은 어떻게 찾습니까?" 내가 신규로 들어온 출근 첫 날 선배에게 물었던 첫 물음이었다. "없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는데...파일 두 개 다 받았어요? 아래에 하나 파일 더 있을텐데?"라는 대답에 다시 허둥대면서 컴퓨터를 만지작거렸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는 배치표를 파일 1개로 올려주지만, 내가 신규일 때는 배치표 파일이 2개였다. 검사실 배치표 파일 1개, 사무국 배치표 파일 1개. 나같은 신규가 많았는지, 요즘은 파일 하나에 출력을 하면 2장으로 배치표가 나눠져서 나온다. 이게 뭐 별거냐 싶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위화감이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배치표라 하면, 어지간하면 한 눈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최대 인원을 좁은 A4용지에 구겨넣어서 한 화면에 다 담으려고 한다. 내가 겪은 모든 사기업은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서부터가 검찰청 업무이해의 시작이다. '모든 검찰청은 이원조직으로 운영된다.' 는 점.



1. 수사업무와 공판업무 자체를 주도하는 검사실(부)

2. 수사/공판 외 형사사건과 관련된 모든 행정업무, 수사지원 업무를 주도하는 사무국(과)



   각 검찰청은 기관장인 지검장(지청장)을 정점으로 그 아래 검사실과 사무국으로 나눠진다. 지검장 산하 차장검사실들이 있고, 그 차장검사실 산하에 이제 우리가 뉴스에서 많이 보는 형사부, 여성아동조사부, 강력부, 공판부 등이 '부'단위로 편성되어있고, 각 부는 부장검사가 책임을 진다. 사기업에서는 차장 위가 부장이지만, 여기는 부장 위가 차장이다. 그리고 이 각 부 안에 각 검사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소속되어있다. 우리가 TV에서 많이 보는 검사의 사무실은 99.9% 검사실이다.

   

   한편 사무국은 사무국장(3급 부이사관 이상)을 중심으로 총무과, 사건과, 집행과, 공판과, 수사과, 조사과 등 '과'단위로 편성되어 과장(일반직 사무관 이상)으로 구성된다. 사무국은 앞서 말했듯 수사와 공판 이외의 모든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굉장히 업무범위가 넓다. 인원도 보통 검사실 인원보다 많다. 또한 검사가 없이 모두 일반직으로만 구성된다. 배치표상 모든 사무국은 차장검사실의 산하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방적인 지휘관계로 보일 수 있는데, 막상 실무적으로는 협력관계이다. 검사실이 머리라면 사무국은 팔,다리라고 보면 편하겠다.


   민원 전화를 걸어야 하는 민원인이시든 혹은 신규수사관이든 모르는 문제에 관해 검찰청 어딘가로 전화를 해야할 때,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뭔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내가 받은 처분이 왜 그렇게 났는지를 알고 싶다면, 수사과정에서 불합리하게 느껴졌던 부분에 대해 왜 그랬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검사실이다. (보통 'why?'가 질문의 핵심인 경우) 혹은 자잘하게 수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항도 (ex. 사정이 생겨서 오늘 받아야 할 조사 일정을 변경하고 싶다) 검사실이다. 그 외에 내가 제출한 고소장과 관련 수사자료 등을 열람/등사 하고 싶다, 내가 압수당한 물품을 환부받고 싶다 등 수사와 공판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면, 사무국으로 전화를 하시면 된다. (보통 'how?'가 질문의 핵심인 경우)


   간혹, 어떻게 어떻게 검사실 번호를 힘들게 알아내서 검사실로 직접 전화하시는 분들 중에 '민원실로 전화해서 알아보세요'라는 말을 들으신 분들이 꽤나 있으시다. 화가 잔뜩 나버린 상태에서 민원실로 전화해 '싸가지 없는' 검사실 직원에 대해 하소연하시는 분들이 하루에 못 잡아도 5통은 있다. 반대로, 민원실(사무국) 직원이 안내를 하면 '니가 검사야? 시끄럽고 내가 직접 통화해야겠으니까 빨리 검사실로 전화 돌려'라고 불같이 화내시는 분도 있다. 전화 받는 입장에서는 두 상황 모두 환장할 노릇이다.


   안타깝지만, 이 분들의 화는 오해의 결과물이다. 검사실 직원들은 여러분을 놀리고 싶어서, 일을 안 하고 싶어서, 여러분의 소중한 사건을 은폐/조작하고 싶어서 여러분의 전화를 돌리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 일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전화를 돌리는 것이다. 반대로, 여러분이 어떤 말을 해도 검사실로 전화를 안 돌리는 직원이 있다면 그것은 어차피 검사실로 전화를 돌려도 해결되지 않을 행정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괜히 검사실로 직접 돌려서 몇 분 뒤 똑같은 사람의 더 짜증나는 두번째 전화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린다. 우리도 우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한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조금만 마음을 넓게 가져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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