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말정산 및 2023년 계획서
2022년도 이제 약 1시간을 남겨놓고 있다. 재작년부터 계속해서 쓰던 이 올해의 연말정산과 내년도 목표에 대한 글은 나에게 있어선 1년짜리 타임캡슐이다. 연말이 돼서 다시 열어보며 한 해를 반추하는 나만의 이벤트 같은 것이다. 재작년과 작년은 이런 글을 쓰고 한 해를 뒤돌아 봤을 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나름 잘 살았다.' 싶었다. 사실 직장생활 적응만 성공해도 내가 나름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하여 올해, 한편으로는 '이제 여기에 머무르면 배부른 돼지가 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면 다른 방향으로 지경을 넓혀야 할 때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올해 초 글의 말미에 야심차게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할 것'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되어야 겠다는 말을 했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할 것'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2022년, 오히려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서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원인이 뭐였을까? 일단 작년도 글을 잠깐 불러와서 보자.
공인중개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미래를 위한 투자로 영어 말고 뭐가 있지 싶다가, 결국 내가 지금 딛고 서 있는 직무 관련 자격증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다. 사실 과목만 봐도 이 자격증으로 땅 보는 안목을 기르기는 힘들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
공인중개사 시험을 시작한다. 목표는 합격이고, 불가능하다면 1차만이라도 완벽하게 패스하는 것이다.
여름 징크스가 있으니 꼭 이번에는 최대한 빨리 몰아쳐서 끝내자, 목표 점수는 전성기 980-50점=930점으로
올여름은 과연....? 이제는 정말로 해야 하는 것이, 1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게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체력의 한계를 매우 심하게 느끼는 중이다.
이건 그냥 평생 갖고 가야 할 습관 같다.
전체적으로 재작년, 작년은 '하고 싶은 것'을 했다면, 2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봤으니,
내년은 '해야 할 것'들을 해보는 한 해를 보내보고자 한다.
지금 이걸 보면, '오만하고 거만했다.'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진다. 토익은 그렇다쳐도, 공인중개사 시험은 좀 자리를 잡고 살만해졌다고 대책없이 달려들 시험도 아니었다. 애초에 생각해보니 내가 뭘 배우는게 느린 스타일이었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예전부터 늘 애매한 중상위권이었던 나의 공부할 때 마음가짐은 '내가 실력이 없지, 근성이 없냐?' 였다. 주변에서도 늘 나한테는 '느리긴 한데, 꾸준하다. 뭐 할 때 한눈을 팔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 소리를 듣던 그 시절의 내가 이제 좀 뭐가 되었다고 생각을 했나보다. 거기다 운동까지 꾸준하게 하려고 했으니 결과는 어떻게 보면 예측가능했다. 그냥 내 마음이 그걸 부정하고 싶었을 뿐.
올해를 이렇게 보내고 나니, 가장 강하게 머리에 떠오른 이야기는 인디언 부족이 원숭이를 사냥하는 방법이다. (나는 인디언들의 원숭이 사냥법으로 알고 있는데, 찾아봐도 원전이 뭔질 모르겠다. 어디에서는 고대 원시 부족들의 원숭이 사냥법으로 소개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들은 원숭이를 사냥할 때 나무의 작은 구멍에 과일을 넣어두고 원숭이가 과일을 움켜쥐어 손을 뺄 수 없을 때 사냥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원숭이들이 사실 도망갈 방법이 하나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손에 잡고 있는 것을 놓는 것'이다. 내가 못한 것은 이것이었다. '좋아하는 것도 놓지 않으면서, 하기 싫지만 해야할 일을 손에 꼭 쥐고 어떻게든 끌고가려고 했다'는거. 당연히 연말쯤에 놓고 보니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네 소리가 나올 수밖에...
그래도 매년 하던 것이니 위의 5개 항목을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이런 상황이다.
그나마 올해는 운동을 거의 안쉬고 계속했다는 점이 나름 칭찬할만하다. 문제는 운동과 다른 것을 병행하는 것에 내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몸이 피곤하다보니 책도 대충 읽게 되고, 시험도 양껏 공부할 수 없었다.
다시 2023년은 다시 치열하게 공부하던 학생 때로 돌아가보기로 했다. 이번 2023년 기획서의 테마는 '겸손히, 하나부터 천천히' 일 듯하다. 어쩌면 철학에서 말하는 정-반-합이 거창한게 아니고 그냥 이런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왠지 올해는 좀 아쉬웠으니까 내년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고쳐내면 뭐가 되도 되겠단 좋은 느낌. '정-반'까지는 왔으니까 마지막 '합'으로 완성시키는 한 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본다.
한번 제대로 맛을 봤다. 엄청 높은 산이라고 해도, 무슨 에베레스트 정도까지는 아닌 산인듯하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자른다는 마음으로. 22년과 마찬가지로 목표는 합격이고, 불가능하다면 1차만이라도 완벽하게 패스한다.
영문과 짬이 있는데, 그래도 이건 다시 900점대 찍어야지. 기타연습 3달만 쉬면 할 수 있다. 아직 사기만 하고 풀지 않은 책도 많다. 마냥 버리기는 아깝다.
진짜, 제발, 힘들게 얻은 습관이다. 유지만 하자.
시험을 위해서 확 줄여야 할 포인트다. 기타도 눈물 머금고 잠시 쉬겠지만, 책에 대한 미련도 이제는 좀 접으려고 한다. 사실... 위 두 시험 수험서나 문제집만 봐도 어쩌면 어지간한 독서 뺨치는 지식과 혜안을 얻게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