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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ive Jun 19. 2024

사랑하지 않음으로 사랑하기

매일 아침 끄적이기 - 5

혼자 사는 가구가 많아져서일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같은 프로그램도 나오고 tv에는 이제 아예 반려동물을 위한 채널이 나올 정도다. 나 역시도 1인 가구이기에 한번쯤은 '강아지 한 마리 정도 키우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간혹, 아니 자주 하긴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을 접게 한 것이 앞서 말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였다. 이 제목은 개가 아니라 결국 키우는 견주들 중에 나쁜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개를 책임질 수 없는 주인, 책임진다는 것이 뭔지 모르는 주인, 개의 습성과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개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주인. 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임을 말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은 나 역시 그런 견주들 중에 하나였음을 고백한다. 처음 시작은 어머니였다. 고모 댁에서 아주 하얗고 귀여운 진돗개 두 마리를 데리고 오셨다. 우리 집에 최초로 반려동물이라는 것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뭐든 처음은 서툴다. 무슨 예방접종을 맞춰야 하고 훈련은 어떻게 시켜야 하며, 어떻게 해야 이 친구가 잘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깨달았다. '아,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여느 시골 개들처럼 한 마리는 줄을 풀고 도망쳤고, 한 마리는 다행히 우리 집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확실히 내가 직장을 잡은 뒤로는 우리 가족이 이 친구를 케어하기가 버거웠다. 우리가 잘 해준 것이라고는 좁은 집보다는 너른 마당에서 키워줬고, 정기적으로 산책을 시켰다는 것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웠다. 심지어는 죄책감까지 느꼈다. 생명을 하나 책임진다는 것이 이토록 만만치 않은 일임을 머리로만 안 사람의 결과물이었다. 그 이후에도 지금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한번도 내색하지 않고 있다.


나는 키우지 않는 것도 사랑이라고 믿는다. 함부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사랑이라고 믿는다. 사랑을 참아내는 것도 때로 사랑보다 더 좋은 사랑일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랑에는 준비도 필요하고 여건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내가 아니라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태도, 개와 소통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도 필요하다. 연애와 달리 결혼은 실전이라서 연습이 없지 않다고 한다. 그건 개와의 동거도 마찬가지다. 괜히 '반려'라는 말이 붙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개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거나 일방적인 사랑을 투입하거나 적정 거리 유지에 실패한 관계는 반려의 실패다.


여전히 난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 개를 키우지 않는다고 말하면 어떤 이들은 나한테 이렇게 권한다. "그럼 고양이는?" 에라, 거... 그게 그 뜻이 아닌데. 정말 좋은데 참는 건데하며 그냥 조용히 웃음으로 넘긴다. 


정말로 좋아하면 좋아한다는 걸 잘 드러내지 않는다. 서툴러서 다치게 할까봐 불안한 마음, 조심하는 마음, 연민하는 마음. 그것도 좋아하는 마음의 일종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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