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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ive Nov 19. 2024

뒤집기의 중요성

   "형, 저거 타는데?"

오랜만에 집에 와서 마음이 놓인 탓일까, 아니면 단순히 잡생각이 많이 들어서였을까? 프라이팬에 달궈지고 있는 계란이 약간 갈색빛이 될 때까지 뒤집지 않고 가만히 놔뒀더니 아주 볼 만했다. 속은 액체고 겉은 구웠다기보다는 튀겼다 보는 것이 맞는 이상한 계란 후라이가 완성되었다. 안과 겉을 수시로 뒤바꾸거나 위와 아래, 좌와 우의 방향을 달리하면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일들이 참 많다.


고기와 생선을 구울 때도 적절히 뒤집지 않으면 어느 한쪽만 익고 다른 한쪽이 설익어 제대로 맛을 음미할 수가 없다. 음식만 꼭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품는 희망과 포부 또한 가끔은 거꾸로 뒤집어서 다른 방향, 다른 각도로 살피지 않으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매몰되기 쉽다. 그래서 어느 문화권이든 중용을 그리도 강조했다.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하나의 면으로 이루어진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아니 다면성이 있으며 사물과 감정은 드러나는 면과 드러나지 않는 면을 동시에 지닌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잘 길러내려면, 진실로 알고자 한다면, 그것의 정면과 상부만 응시할 것이 아니라 뒤쪽, 혹은 아래쪽으로 짙게 드리운 음영까지도 세세하게 뒤적여야 한다. 골고루 익은 맛있는 계란 후라이를 만들려면 때때로 뒤집어줘야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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