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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ive Jul 20. 2018

공무원 시험, 생활편 6. 인간관계

     '인간관계', 사실 이번 글이 아마도 제가 쓰는 글 주제들 중에서, 늘 고맙게도 연락을 안 끊고 인터뷰를 해주는 약 10명의 합격자들 간 (Intro. Welcome to the Jungle 참고.) 의견 차이가 제일 극명한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주제라고도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3주 동안 나름 정리하고 다듬어서 소화가 잘 된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여러분의 판단에 따라서, 필요한 것만 골라가시면 되겠습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그냥 문득 행정학 어느 파트가 생각납니다. 우리는 행정학에서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배웠습니다. 혹은 초시생이시면, 지금쯤 배우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암기할 때 뭐라고 외우셨죠?  '지속적 교환, 시간적 동시성을 전제로 하지 않음, 사용할수록 증가함.' 보통 이렇게 기계적으로 외우죠. 개인적으로 저는 이게 우리 공시생들에게 이로운 인간관계의 특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마 공시생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이 되는 말 같기도 하네요. 그러니까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겠죠? 저 위의 말을 풀어서 써보면 '도와주면 당연히 언제 그 도움이 자신에게 돌아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 그리고 그 도움은 지속적으로 순환, 반복하며 점점 증가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외우기도 쉬워지시지 않을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위해서 제 얘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저는 18년 정도 알고 지낸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그러니까 초5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죠. 대학원 생활을 하고 나름 괜찮은 직장에 취직을 했고, 지금이야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번듯한 직장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을 마치고 2015년~2016년 사이  약 1년 반 정도는, 제가 이 친구를 알고 나서 본 얼굴 중 가장 어두운 얼굴을 봤던 것 같습니다. 제가 농담으로 '너 진짜 아무리 그래도 한강은 절대 가지 마라, 9시 뉴스 나올 거 같아.'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무튼 저 친구의 그 시절에는 제가 있었습니다. 석사 논문 번역부터 시작해서 연구실 교수에 대한 뒷담/푸념 듣기, 토익 시험 돕기, 취업까지. 돈 빼고(돈은 저 친구 집이 좀 더 있어서 뭐 도울 필요도 없었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이자를 두둑이 불려서. 정말 도덕책 같은 이야기라 진부하게 들리시겠지만 진짜입니다. 오히려 이자까지 쳐서 받는 느낌까지도 듭니다. 슬럼프 때만 되면 말 안 해도 부천에서 그 먼 길을 달려와주고, 정신 못 차릴 때 정신 차리라고 해주는 그런 친구가 저에게는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베이스캠프'같은 존재죠. 내가 길을 잃어도 일단 그 친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면 다시 공시라는 산을 오를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을 주는 그런 존재. 그리고 대다수의 합격자들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여러 모양으로 있었습니다. 연인, 부모님, 친구라는 이름들로 말이죠. 쭉 생각해보면 결국 위의 얘기가 맞습니다.  '지속적 교환, 시간적 동시성을 전제로 하지 않음, 사용할수록 증가함.'  그 친구를 도울 때 '2017년에 학원 때려치우고 OO이한테 도움을 받아야겠다'라고 계산하고 돕지는 않았겠죠. 제가.... 그렇게까지 머리가 좋지 않습니다. 언제 그 도움이 저에게 돌아올지 모르고(시간적 동시성 전제x), 지속적으로 교환되며(2015~2017), 사용할수록 증가합니다. 이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간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 사족 of 사족: 당연한 이야기긴 하지만, 이런 경우는 지양해야 합니다.

1. 같이 놀기 시작하면서 본인 공부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2. 같이 있는데 상대가 받기만 하고 입 씻는 경우, 혹은 본인이 그런 사람인 경우.

- 이 경우는 서로를 갉아 먹는 관계이므로 지양해야 합니다.      


   근데, 혹자들은 공시 생활을 시작하면 인간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합니다. 거기서 한술 더 떠서 다가오는 사람을 의식적으로 쳐내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혼술남녀에 나오는 정채연같은 캐릭터를 작가가 괜히 만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정말 그 캐릭터는 그 드라마의 신의 한 수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도 대학 다닐 때 공무원 준비하는 후배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그런 친구들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게 말해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이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과에서는 그들을 '인간형 고슴도치','왕X가지', '선천적 불편러들' 등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렀었습니다.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남을 돕지도 않으며, 남이 청하는 도움을 그저 '거절'로만 대응하는 그런 사람들. '노량진 왔으면 공부나 하시지?'라는 마인드로 가득 찬 사람들.


     물론 그런 그들은 저보다 빨리 합격했습니다. 마치 정채연처럼. 그런 면에서 다시 한번 사실적으로 드라마 잘 만들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게 맞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자가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것. 현실 기준으로 기범이는 절대로 합격하면 안 됩니다. 합격하면 그거야말로 드라마의 한 장면이 될 겁니다. 아무튼, 단기합격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방법을 쓰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진짜 친구라면, 1년~2년 정도 연락 안 해도 다시 연락하면 될 겁니다. 어떤 친구는 차라리 잘됐네 싶어서 합격 뒤에 연락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 구분해서 연락처를 싹 다 정리하는 친구도 봤습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회자정리도 하면서,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만 우려하는 점은 신기하게도, 그때 그 많은 채연이들 중 반수는 공무원을 그만뒀다는 점입니다. 왜 나름 밖에서 볼 때 좋은 직장이라고 평가되는 그 자리를 그들은 떠났을까요? 보통은 '일보다는 사람이 힘들어서'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의식적으로 끊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민원 업무가 많은, 즉 들어야 하는 입장이 되어야 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보죠.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요? 일의 종류가 혼자 하는 일들인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매일 보는 선배님들과 동기와 후배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  


     물론, 이 모든 문제가 공무원 시험 과열로 인한 부분도 적지 않아서 이 분들의 개인 성격 문제라고 떠넘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여러 언론 보도에서도 나오고 있으니,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건 공무원 생활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인간관계를 '최소한'으로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인간관계를 의식적으로 끊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계를 좀 더 얘기해 보면, 예를 들어, 보통 필기를 붙는 그 날까지 좀 그래도 합격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카톡 옆 프로필에 "전화나 문자로 연락 주세요"를 입력해 놓거나 아예 카톡을 없앤다거나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즉, 내가 먼저 톡을 안 보내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는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이걸 인간관계를 끊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시험 끝나고 연락 안 할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 선은 올바른 공시의 전략입니다. 이게 맞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선톡을 안 보내도 꼭 먼저 연락을 해 주는 친구들 1~2명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 1~2명이면 됩니다. 그런 1~2명만 있어도 공시 생활은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이 1~2명도 허용하지 않고 정말 '자기만의 공시 생활'이라는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고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경우 공시가 끝나도 옆에 남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미 손을 내밀어 줬던 사람들은 본인이 만든 가시에 찔려 날아가 버렸습니다.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는 마음은 인간의 욕심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많이도 아닙니다. 딱 1~2명이면 됩니다. 그 1~2명의 선정기준은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지속적 교환, 시간적 동시성을 전제로 하지 않음, 사용할수록 증가함.'이 될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 한해서는 그들과의 카톡 30분이 공부 1시간보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주는 화/금 이틀에 걸쳐서 2편 올렸습니다. 다음주에는 위에 나온 친구와 지속적 교환을 위해 여행을 가기로 해서, 솔직히 글을 못 쓸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구독자 수는 4분 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매주마다 올리는 글을 기다리실지도 모르니까 미리 올려 놓고 갑니다. 슬럼프가 오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늘 건강 조심하시고,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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