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나는 ‘시력이 좀 떨어졌네’ 싶을 때가 1.2였고,
‘뭐가 좀 안 보이네?’ 했을 때가 1.0이었다.
그러다 내 나이 만 서른아홉이 되던 해 1월에
책도 핸드폰도 멀리 두어야 글자가 선명해졌고
초점은 한참을 잡아야 했다.
가끔은 빛 번짐에서 글자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뭔가를 보려고 눈에 힘을 ‘뽝’ 주는 하루하루가
계속되니 은근히 힘들었다.
책 읽을 때만이라도 써볼까 하고 안경을 맞췄는데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머리가 빙빙 도는 느낌이
정말 어지럽고 메스꺼워서 도대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그러다 정말 어느 날 갑자기
한 블록 건너 표지판 글자가 번져 보였다.
아는 길이라 다행이었지 초행길이었으면 어쩔 뻔 했나
노안, 그새 더 나빠진 거겠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내가 봐야 하는 세상이 모두 피곤하게 느껴졌다.
얼마나 스트레스였냐면
눈이 아예 안 보이는 꿈을 자주 꿨다.
근데 또 그렇게 깨서 옆에 있는 아들을 보면
갑자기 슬퍼졌다.
우울증도 아니고 갱년기도 아니다.
그냥, 나는…
선명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 본 적이 없다.
그저 이렇게 갑자기 잘 안 보인다는 것이 두려웠다.
안과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다른 이상은 없었고
백내장이 몇 년 내로 올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저 나이를 먹으니 오는 증상일 뿐이라고 했다.
생활습관 이야기를 듣고 안경 도수를 다시 맞췄다.
그 후로 무서운 꿈은 꾸지 않는다.
병원 진작 가 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