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돌아다닌 시간이 쓸모가 될 때

의미부여

by 김겨울



‘젊을 때 싸돌아다니길 잘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어디서 내려서 뭘 타면 좋을지,

아이가 더 좋아할 건 뭐가 있을지.


목적도 목적지도 없이

여기저기 다녔던 길들이 떠오르면서

선택에 여유가 생긴다.



오늘은 아이랑 대중교통을 타고 용산에 갔다.

직행버스를 타고 시내버스로 환승했다.


2주 전, 처음으로 버스 카드를 찍고 타던 날

“엄마, 왜 버스카드 찍을 때 다 다른 소리가 나?”

궁금해하더니

‘환승입니다’ 소리에 미소를 보였다.



돌아올 땐 용산역에서 기차를 탔다.


SRT 말고는 기차를 탈 일이 없고

다른 기차들은 기차박물관에서만 봤으니

딱이다 싶었다.


아이에게도 의견을 물어보았다.


“기차를 타고 돌아갈 수도 있어.

무궁화호, 새마을호, ITX 중에

우리 시간에 맞는 걸 고를 수 있어.

그리고 내려서 전철로 환승해야 하는데

20분은 서서 가야 할지도 몰라.”


서서 가야 한다는 말을 했지만

아이는 기차를 외친다.


‘그럴 줄 알았지’



기차가 한강 위를 지나는 건 비밀로 했다.


차 안에서만 보던 그 기차를

오늘은 아이랑 같이 타고 건넜다.


아이는 창밖을 보며 좋아하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더 좋아하고.


특별한 곳을 간 건 아닌데

오래 기억될 것만 같다.


평일이라 덜 붐비고

방학이라 급할 것도 없으니

나는 이 긴 겨울방학이 좋다.




내가 과거에 흘려보냈던 시간의 일부는

지금 이렇게 쓰인다.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 쓸모가 된다는 말이 있다.

과거의 경험이 쓸모 있어지려면

그걸 써먹을 수 있는 현재가 필요하다.


쓸 만한 가치가 없는 경험이 있을까?

결국 모든 의미는 현재와 연결될 때 생기는 것 같다.



현재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