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연극인가

나물 싫어하는 엄마와 케첩 빌런

by 김겨울


정월대보름에 먹을 건나물 5종과 부럼을 주문했다.

(마켓 컬리는 사랑이다.)


초등학생이랑 같이 사니까 교과서에 나오는 건 집에서도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이런저런 모든 날을 챙긴다.

재밌잖아~



(유치원 때 원에서 다 하고 오는 것도 좋았는데…)



“엄마, 우리 집에는 호두까기 인형도 없는데 호두를 어떻게 까?”

상상도 못 한 질문에 웃음이 터졌다.


왜 웃는지 영문을 모르는 아들은 빨리 대답해 달라는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린다.


아빠가 연장을 들고 등장했다.

드라이버로 호두를 반쪽 내고 니퍼로 아작을 내는 아빠의 모습에 아들은 당황하는가 싶더니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한다.

옆에서 땅콩을 쉴 새 없이 까던 아이는 자꾸 땅콩을 호두라고 부르며 알맹이를 모으기 시작한다.


‘아, 불안한데 저거 다 내 뱃살 될 것 같은데’


역시나 모두 엄마, 아빠 입속으로



나는 건나물을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잘 먹는 척 연기를 한다.


인생은 연극이다.


아이 덕분에 건강식도 하고 좋지 뭐.


나는 내 연극이 들통날까 신김치를 얹어 맛을 중화시켜 씹었다.

아들은 나물 5종을 한 번씩 다 먹어보겠다 약속했지만 영 자신이 없는지 나물을 케첩에 목욕시켜서 먹는다…


남편은 이 모든 반찬을 즐기진 않지만 내 상차림에 항상 불평이 없다. 나는 “어서 더 많이 집어 먹어” 속삭였다.



드라이버로 깐 호두면 어떻고 케첩 범벅인 나물이면 어떠냐~ 우리 가족 액운을 쫓았으면 된 거지.


아! 귀밝이술 대신 차가운 보리차도 한 모금씩 했다.



2026년 정말 좋은 소식만 듣고 더위도 안 타고 이것저것모든 것이 행복하고 싶어서.


제발요. 오지 마요 불운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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