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의 배우들에게 한국드라마 출연을 추천합니다!
8월 1일 개봉하는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을 미리 보았다.
상영관 불이 꺼지기 전 동행한 이와 나눈 대화.
설마 저 '비밀'이란 게 (드라마를 즐겨 보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러니까 '출생의 비밀'은 아닐 거야, 그치? 납치된 딸이 현남편이 아니라 전남친의 아이라던가 하는. 설마. 응?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설마가 진짜였다는 걸 알게 된다. 감독은 처음부터 이 비밀을 관객들과 공유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제목의 '누구나'에 관객도 포함된다는 것처럼. 그렇게 비밀의 공유자가 되고 나면,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렐로페 크루즈가 우리네 아침드라마 같은 스토리 속에서 울고 웃는 걸 즐기면 된다.
결혼식과 피로연은 남미, 아니 남유럽 문화 특유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시끌벅적하고 유쾌하게 치뤄진다. 평범한 결혼식을 했던 나로서는 부럽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저런 결혼식이라면 신랑신부도 가족들도 평생 잊지 못하겠지 싶다. 그런데 정말, 참석한 사람 모두 평생 잊기 힘들 결혼식이 되고 말았다. 신부의 조카, 그러니까 라우라의 딸 이레네가, 모두가 즐기는 사이 쥐도새도 모르게 납치되어 버린 것이다.
남편에게 딸의 납치 사실을 알리고 빨리 와달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라우라는 자꾸 파코에게만 의지하고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길게 끌 것 없이 출생의 비밀을 터뜨려 버린다. (이 때 몇몇 남자 관객들이 내는, 탄식과 헛웃음의 중간쯤 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16년 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파코에게 감정이입한 것인가...)
하지만 내게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 같은데, 막이 내리고 난 후 이 인물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모든 걸 잃었는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저 아이는 이 일로 인생이 달라지겠지, 저 가족은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시시콜콜 궁금하고 염려되는 기분이 들었던 건, 그 짧은 시간동안 나도 모르게 인물들에게 정이 듬뿍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재밌게 잘 봤다"고 개운하게 영화관을 나서며 바로 잊을 수 있는 이야기와는 다른 결의 매력이 있는 영화였다.
막장과 작품은 한 끗 차이다. 어쩔 땐 그 차이마저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둘 다 어떤 형태로든 관객들에게 재미를 준다는 면에서는 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