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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 Jan 10. 2019

3. 드라마작가의 자격 (2)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알죠?


(전편에 이어서)


나이가 들수록 트랜드에 둔감해지기 쉽고, 반짝반짝한 상상력이나 순발력도, 글 쓰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인 체력도 조금씩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신선함을 최고 덕목으로 요구받는 신인작가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는 그만큼의 약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연륜에서 오는 깊이와 노련함이 더 좋은 무기라고 섣불리 위로하진 않겠다. 늦은 나이에도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최근 가장 주목받은 신진작가인 백미경, 이수연 작가만 봐도 알 수 있다. 두 작가 모두 40대에 데뷔했다. 피겨 선수나 대기업 신입 공채에 도전하는 것에 비하면, 나이의 제한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                 

두 작가 얘기가 나왔으니 작가들의 ‘전직’에 대해 잠깐 얘기해보자. 백미경 작가는 10년 넘게 영어학원을 운영했고, 이수연 작가는 한때 회사원이었다. 장르물의 거장 김은희 작가는 김완선의 백댄서였다!<정도전>의 정현민 작가는 국회보좌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국회를 소재로 한 드라마까지 집필했다.                 


이쯤 되면 전직이 하나쯤 있는 게 훨씬 유리해 보인다. 드라마는 사람의 얘기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얘기라, 남들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거나,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복합적인 관계인 '직장'이라는 조직에 속해본 경험이 있다는 건 분명 든든한 자산이다. 물론, 어려서부터 드라마 공부에만 매진해, 젊고 반짝반짝할 때 데뷔하겠다고 결심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다만 오랫동안 다른 길을 걸어오다 뒤늦게 드라마작가라는 꿈이 생겼다면, 지난 시간을 무의미한 세월로 지워버리지 말고, 인생을, 드라마를 공부한 시절로 따뜻하게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 정말 외모나 성격도 볼까?                 

   

외모가 착하고 성격이 예쁘다면 드라마판이 아니라 어디에 가도 호감을 사는 데에 유리하다. 나도 가능하다면 잘생기고 성격도 좋은 PD와 일하고 싶다. 하지만 현빈 같은 외모에 유재석 같은 인품이라도 연출 능력이 별로인 PD라면? 사양하겠다. 작가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일 거다.     

           

장담할 수 있다. 작가에게 인간적인 호감이 있거나 친하다고 해서 드라마 극본을 맡기는 PD나 제작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배우들, 스탭들, 그들의 가족들까지 수백 명의 생계가 달려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슷한 완성도의 대본들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매력 있는 작가가 선택될 수 있다. 여기서 매력이란,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자기 작품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있고, 의사전달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화법을 가졌으며, 합리적인 요구는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 같은 유연하고 협조적인 성격을 가진 작가라면, 그렇지 못한 작가보다 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누구나 탐낼 만한 끝내 주는 대본을 쓸 수 있는 작가라면 아무리 괴팍한 성격이어도 문제 없다.                 


- 재능에 대하여                


잠깐. 제일 중요한 조건이 빠진 것 같지 않은가?        

재능. 시류에 맞는 아이템을 캐치해내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반전 가득한 이야기로 구성해서, 주옥 같은 명대사들로 대본을 완성할 수 있는, 그 재능 말이다.              

    

전공도 학벌도 나이도 외모도 성격도 결정적인 조건이 될 수 없지만,    

재능은, 있어야 한다.    

재능이 있어야 드라마작가가 될 수 있다.               

  

내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손톱만큼이라도 재능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드라마작가를 꿈꾸게 된 것이다.     


그럼 일단은, 믿어보는 거다.    


재능에 대한 의심과 회의는 당선이 되고 데뷔를 하고 나서도 계속된다.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을 여러 편 방송한 기성 작가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최선을 다해 믿자.     

재능이 있는지 고민할 시간에, 누가 봐도 재능 있어 보이는 사람을 부러워할 시간에,     

우리의 이 손톱만한 재능을 손바닥만큼이라도 키울 방법을 도모하자.          



       

수많은 조건들을 따져봤지만 결론은 하나다.     

한국어만 말하고 쓸 줄 알면, 그리고 드라마작가를 꿈꾸고 있다면, 누구나 드라마작가가 될 수 있다.                 

이제 좀 용기가 생기셨는가?    


그럼 오늘 밤부터 시작해보는 거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매력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대본책을 주문하든, 아이템을 찾기 위해 뉴스 사회면을 뒤지든, 내 최애 배우가 내 드라마 주인공이라 상상하며 지금껏 나온 적 없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보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고 흥분되는가? 오늘부터 1일이라고 외쳐도 되겠는가?       

          

그렇다면 여러분. 망생이의 길에 들어선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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