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타협: 어제와 내일 사이의 계약서
내일은
그를 위한 식탁을 차리는 날이다.
한 사람의 부재를
한 끼의 음식으로 받아들이는 연습.
남아 있는 우리가
모여 앉아
아직도 그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작은 용기의 자리.
장 보러 나가
그가 좋아했던 반찬을 떠올린다.
하지만 문득 멈춰 선다.
그가 진짜로 좋아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확신이 없다.
자주 먹던 것과
정말 좋아했던 것 사이엔
아주 먼 거리가 있다는 걸
그가 떠난 뒤에야 깨달았다.
나는 조용히 식탁보를 펴고
그의 자리를 비워 둔다.
접시는 놓되
젓가락은 얹지 않는다.
그 자리는
기다림이 아니라
기억을 위한 자리니까.
그날,
우리는 그를 위해
기도한다.
소리를 내지 않아도
각자의 마음속에서
그가 다시 살아 있는 순간을 떠올린다.
웃고,
혼내고,
떠들고,
어깨를 툭 치던 장면들이
접시 위로 조용히 놓인다.
나는 안다.
그는 이 자리에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식탁은
그를 잊기 위해 차리는 게 아니라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한 번 더 부르는 공간이다.
죽은 자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가
그를 향해 마음을 모으는 자리.
눈물이 아닌
감사의 온도로 차려진 식탁.
내일, 나는
그를 위해 음식을 놓고
하나님을 향해
감사기도를 드릴 것이다.
그를 주셨던 시간과
그가 남기고 간 사랑을
나의 하루 위에
다시 펴기 위해.
고백: “나는 아직도, 그를 위한 식탁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