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앓는 밤

4부 - 우울: 낮은 곳에서 피는 그림자

by 엘리킴


말하지 않는 밤이 있다.
말하지 못하는 밤이 아니다.
말이 스스로
숨을 죽여버린 밤이다.


그런 밤은
불을 켜지 않아도
무언가가 타고 있는 냄새가 난다.
소리는 없지만
통증이 무게처럼
방 안에 가라앉는다.


나는
숨이 아니라,
고요한 통증에 익숙해지고 있다.


누군가 떠난 이후의 방은
사람보다 침묵이 먼저 앓기 시작한다.
그 침묵은
소리를 삼키고,
기억을 뭉개고,
빛까지 덮는다.


나는 이 침묵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른다.
깨뜨리면 울 것 같고
그대로 두면
숨이 막힌다.


그래서
가만히 누워
침묵과 나란히 숨을 쉰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말들이
내 안에서 썩어간다.
“괜찮아?”라는 질문에
수천 번 고개를 끄덕였던 내가
한 번도
진짜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 채
하루를 끝낸다.


어쩌면
내가 아닌 침묵이 앓고 있고
그 앓음을 내가
대신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밤은 말이 없고
대답도 없고
기도도 없다.
하지만 이 조용함은
결코 비어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이
너무 가득 차서
입을 열 수 없는 상태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날 아침이 올 때까지
단 하나의 문장도 만들지 않고
다만
이 침묵이 앓고 있는 것을
같이 견뎌주는 중이다.






고백: “나는 아직도, 말보다 침묵이 더 정확히 나를 설명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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