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꿈 일기

4부 - 우울: 낮은 곳에서 피는 그림자

by 엘리킴


요즘 나는
꿈을 꾼다.
색이 없는 꿈들.


회색 하늘,
잿빛 물,
검은 나무,
하얀 얼굴들.


모든 것이 살아 있으면서
죽은 것처럼 보이는 풍경.
내 감정과 너무 닮아서
놀랍지도 않다.


꿈속의 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누가 말을 걸지도 않는다.
그저 걸어 다닌다.
의미 없는 거리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걷는다.


그 사람도 나온다.
늘 뒷모습이다.
가까워질수록
형체는 번지고,
얼굴은 사라진다.
나는 애써 이름을 부르지만
목소리도, 메아리도 없다.


눈을 뜨면
침대맡엔 어제보다 더 무거운 아침이 있다.
기억도 없고, 감정도 없다.

단지
꿈속의 무채색이

현실까지 번져 있는 기분.


어쩌면 나는
울지도, 웃지도 않는 채
하루를 넘기고
그 잿빛 꿈에 다시 들어가
누구도 닿지 않는 풍경을
반복 재생 중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끔 묻는다.
왜 내 꿈엔 색이 없을까.
아니,
혹시 내가
색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걸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날 밤
꿈속에서
노란 조약돌 하나가
길가에 떨어져 있었다.


그게 진짜였는지
내가 바란 환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은 아침이
조금 덜 무거웠다.






고백: “나는 아직도, 무채색 꿈 속에서 가장 먼저 돌아올 색이 무엇일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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