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는다는 말의 무게

5부 - 수용: 다섯 번째 계절의 이름

by 엘리킴


누군가 떠났을 때,
우리는 말한다.
“잊지 않을게.”


그 말은
눈물보다 빠르고
침묵보다 따뜻하며
무엇보다
쉽게 흘러나온다.


나는 그 말을
너무 쉽게 내뱉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때는 그것이
애도의 끝이 아니라
애도의 시작이라는 걸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
사진은 점점 흐려지고
목소리는 희미해지고
기억은
자꾸 현실에 덮인다.


그럴수록
“잊지 않겠다”는 말은
입보다 등에 더 무겁게 얹힌다.


나는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아주 작은 기억을 붙잡았다.
그가 좋아하던 차향,
그가 입던 색의 스웨터,
그가 웃을 때 생기던 주름.


하지만 어떤 날은
그조차 가물가물해졌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약속했잖아. 잊지 않겠다고.”


그 말은
누군가를 위한 다짐이 아니라
나를 지탱하는 문장이 되었다.


잊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계속해서 아프기로
결정하는 일이다.


다만
그 아픔을 견디는 이유가
사랑이라는 이름일 때,
그 무게는
감당할 만해진다.


나는 아직도
그 말을 품고 산다.
누군가 떠난 자리에
가볍게 놓였던 그 문장을
무겁게
매일 다시 되뇌며 살아간다.






고백: “나는 아직도, 잊지 않겠다는 말 앞에서 나를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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