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수용: 다섯 번째 계절의 이름
사계절의 이름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시간이 있다.
눈도 비도 내리지 않고,
꽃도 낙엽도 피지 않는,
어느 날과 어느 날 사이의
투명한 틈.
그 계절엔
달력에도 기록되지 않고
뉴스에서도 예보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나만의 계절이고,
너를 잃고 난 후
세상의 시간이
잠시 멈춰 있던 시절이다.
그 계절에는
감정이 무너지지도 않고
기억이 덮이지도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이 고요하다.
나는 그때
걷는 법을 잊었고
말하는 법도 잊었고
대신
숨을 쉬는 법만 남겨두었다.
사람들은
계절이 바뀌었다고 말했지만
나는 아직
그 이름 없는 계절에 있었다.
겨울도, 봄도 아닌 곳.
슬픔도, 희망도 아닌 감정.
하지만
이제야 깨닫는다.
그 계절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는 걸.
무너뜨리지 않고
억지로 일으키지도 않으며
그저 잠시
멈춰 있어도 되는 시간.
그 이름 없는 계절이
나를 다치게 한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계절에
조용히
이름을 붙인다.
“다섯 번째 계절”이라고.
고백: “나는 아직도, 그 계절을 기억한다. 이름이 없었기에 가장 내 마음 같았던 시간.”